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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TV Jul 11. 2024

선생님, 0 0 마려워요!!!! (중학생)

(I am not 꼰대)

햇살이 내려쬐는

어느 날 쉬는 시간

중3 담임반 학생들에게

난생처음 듣는 청소년 신조어를 배웠다.


한 남학생이

배에 신호가 왔는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말한다.


학생: 아..조퇴 마려워!!!! “


쌤: 응? 오줌 마렵다고? 살짝 민망하네;


옆에 앉은 아이들: 까르르까르르


쌤: 아 똥인가 보다^^;;;;


아이들: 선생님~~~ㅋㅋㅋㅋㅋㅋ그게 아니라


 조퇴하고 싶다는 말이에요ㅎㅎㅎㅎ“


얼마나 신체적으로 반응이 오면

마렵다고 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신조어 만들기 천재군.

이해도 되고 대단도 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서운함도 깃든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버젓이 함께 있는 이 공간에서,

갑자기 혼자 집에 가려한다니 ㅠㅠ


뭔가, 같이 재미있게 놀다가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재미없어. 나 집에 갈래”하는 느낌?

그래서 김이 팍 새는 기분이랄까…


집에 가서 뭐 하게? 용기 내어 물어보니

반쯤 감긴 눈으로 대답한다..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서 학교에 오고 싶게 만들고 싶다.

‘아무도 조퇴가 마렵지 않게 해야지!’

그날 나는 꼰대보다 십 대 덕후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이 조퇴한다고 하면

보통 꼰대 선생님들은 혼을 내신다.

“근면 성실! 라떼는 말이야. 아파도 학교에서 아팠어~“


하지만,

십 대 덕후가 되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뭘까?

오케이!! 유튜브와 인스타를 일단 개설하고

우리는 함께 쉬는 시간에 사진도 찍고

춤도 추고 영상을 찍어 게시한다.

때로는 핫한 연애 프로그램 영상도 같이 보고

맛있는 간식을 함께 나눠 먹는다.

조퇴가 강력히 마려운 환자 발생 시

친한 친구와 쌤과

다같이 바깥으로 나가 산책을 한다.


그렇게 아무도 조퇴가 마렵지 않게 되었다.

다른 건 마려울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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