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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TV Jul 11. 2024

무료 성형 수술

(1초 안에 끝나요)

아이들은

등교하자마자 조회 시간 루틴대로

휴대폰을 제출한다.


(휴대폰 도우미는 휴대폰을 수거한 무거운 가방을 교무실 라커에 두고 잠근다.

아이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휴대폰을 거두었다가 종례 때 다시 나누어준다.

대부분의 학교가 이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코로나로 모든 학교 행사가 취소된 해였다.

"쌤~ 저희 그럼 학교 소풍도 다 취소된 거에요? ㅠㅠ"

"응 ㅠㅠ 코로나 때문에... 어떡하니 ㅠㅠ 속상하다"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지금 당장 우리가

이 지루한 쉬는 시간에 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하다가

용기를 냈다.     


“얘들아, 쌤이랑 같이 사진 찍을래?”

(속으로 '애들이 거절해도 상처받지 말자. 상처받지 말자.'를 되뇌이며)

그런데, 놀랍게도


네!!! 저도요!!! 저도요!!!!

하고 우르르 달려오더니    

 

“에이~쌤~일카(일반카메라)말고 

어플로 찍어야죠!!”   

  

바로 몇초만에 메이츄 라는 무료 어플을 깔더니

“쌤! 토끼가 젤 이쁘게 나와요.

자 찍습니다~!”

찰칵!!


어.머.나!!!!

우리의 얼굴은 1초 만에 성형 수술이 되어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쌍수(쌍꺼풀 수술), 콧대 성형, 돌려깎기 등등

머리털 하나만 빼고 전신 성형을 단 1초만에 해버린다.


카메라 속 우리는 너무 귀여운 토끼들이다.

스스로의 얼굴과 서로의 바뀐 얼굴을 보며 우리의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자신감이 업된 우리는 복도에서

꺄르르 웃으며 입술도 내밀고 아주 귀여운 척을 뻔뻔하게도 잘하게 된다.

그러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종이 친다.     


“쌤, 저희 꼭 태그 달아주셔야해요!

제 이름은 000이에요!”


이게 정말 "중요한" 마무리 작업이다.

사진만 찍고 끝나면 안된다.


사진들은 인스타에 바로 올리고

태그를 꼭 달아줘야 한다.

사진 속 해당 얼굴을 누르면 그 학생의 인스타 주소로 바로 이동이 되도록.     

그렇게 전교생들의 이름을 급속도로 외우게 되었다.

집에 가서도

아까 찍은 사진들을 보며 얼굴과 이름을 또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내일은 어떤 학생이 나에게 달려와줄까 ^-^

내일이 기다려진다.

학생들도 내일의 학교가 기다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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