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머 동화> 못 생겨도 괜찮아 (1/3)

by 구민성
쓰레기장에서 만난 두 친구... 방가방가~~











<1>


“어, 어! 안 돼요. 그러지 마세요!”

나는 겁이 털컥 나서 소리쳤어요.

하지만 나의 외침을 아저씨는 듣지 못했어요.

공사장에서 일하는 최 씨는 꼭 이래요.

맥주병 딸 때마다 숟가락으로 뻥! 소리를 낸다고 이래요.

며칠 전에도 잘 난 척하면서 병을 따다가 내 친구의 목을 구부렸지 뭐예요.

최 씨의 장난 때문에 우리는 늘 불안하고, 운이 나쁘면 목이 휘어지기도 해요.

최 씨는 다른 아저씨들과 맥주 마시느라고 내 목이 비틀어졌는지 허리가 꺾였는지 관심도 없어요.

내가 비록 식당 숟가락이지만 이런 대접은 정말 슬퍼요.


주인아줌마는 설거지하면서 숟가락을 챙겼어요.

그러다가 내 목이 약간 휘어진 것을 발견했어요.

“어머! 이거 왜 이렇게 휘었어? 에이, 누가 또 병따개로 썼나 봐. 쯧쯧!”

아줌마는 혀를 쯧쯧 차면서 나를 살펴보다가 쓰레기통에 버렸지 뭐예요.

나는 쓰레기통 속이 어둡고 답답해서 아주 혼났어요.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속상했어요.

내 꼴이 이게 뭔가요?


이튿날 아침에 나는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어디론가 옮겨졌어요.

청소차에 실려서 간 그곳은 아주 넓은 쓰레기 매립장이었어요.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어요.

헌 옷, 칫솔, 플라스틱 그릇, 깨어진 화분, 냉장고, 컴퓨터 모니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어요.

파리와 벌레는 왜 그렇게 많은지요.

바람이 불면 고약한 냄새까지 났어요.

정말 더럽고 싫었어요.


나는 일꾼들의 갈퀴에 끌려서 다른 쪽으로 옮겨졌어요.

아프고 겁나는 이사를 강제로 당하니까 기분이 정말 나빴어요.

“어서 와, 친구!”

바로 그때 나에게 친구라고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돌아보니 푸르스름한 찻잔이 아니겠어요.

“어, 그래. 반가워. 근데 넌 누구니?”

“응, 나는 정다원에서 온 찻잔이야.”

가장자리에 이가 조금 빠졌지만 색이 은은한 찻잔이 대답했어요.

“정다원? 그게 뭔데?”

“그건 말이야. 내가 살던 찻집 이름이야. 아줌마가 버리기 전까지 나는 거기에서 행복하게 살았거든.”

찻잔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근데 왜 버렸지? …이 빠졌다고?”

“아냐. 이는 여기 와서 굴러다니다가 빠진 거야. 변덕쟁이 주인아줌마가 글쎄 유행이 바뀌었다면서 버렸지 뭐니. 다른 형제들도 많이 버렸어.”

찻잔은 슬픈 표정으로 계속 말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이상해. 중국 사람들은 이 빠진 그릇이나 찻잔을 더 좋아한다는데 말이야.”

“그래? 중국인들은 왜 그렇지?”

궁금한 걸 못 참는 내가 빠르게 물었어요.

“이 빠진 그릇은 오래 쓴 증거이고 그만큼 식당의 전통이 깊다는 뜻이래. 그러니까 전통 깊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영광스럽다는 거야. 찻집의 찻잔들도 마찬가지래.”


이번엔 찻잔이 슬픈 표정을 지우고 신나게 설명했어요.

내가 자기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게 좋은가 봐요.

“아하, 그렇구나. 근데 넌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아?”

“응. 나는 찻집에 있을 때 손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나는 그릇을 아끼는 중국인이 참 지혜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소한 흠을 갖고 까다롭게 따지지 않는 마음도 좋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넌 어쩌다가 여기에 왔니?”

이번엔 찻잔이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물었어요.

“응, 나는 목이 휘어졌다고 주인아줌마가 버렸어.”

“목은 왜 휘어졌어?”

찻잔도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인가 봐요.

“어떤 아저씨가 내 몸으로 맥주병을 따다가 그만…….”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저런! 그 아저씨 되게 못된 사람이네.”

딱한 눈빛으로 말하는 찻잔에게 내가 말을 이었어요.

“그런데 좋은 사람도 많아. 손님들은 천차만별이라고.”

“어떻게 알아?”

“나는 말이야. 많은 사람의 입속으로 들락거렸잖아? 그런데 가만 보니까 사람마다 특징이 다르더라고. 기분 좋게 밥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하고 행복한 얼굴이었어. 하지만 인상을 찌푸리거나 남의 욕을 하면서 먹는 사람은 안 그래. 거의 모두가 건강이 나쁘거나 가난한 사람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찻잔에게 계속 말했어요.

“하여간 좋은 마음으로 밥을 먹으면 보약이 되지만, 나쁜 마음으로 식사하면 그 음식들이 모두 독으로 변한대.”

“넌 참 똑똑하구나.”

부러운 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찻잔에게 내가 쑥스럽게 대답했어요.

“아니야, 손님들에게 들어서 조금 알아. 너도 손님들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응. 나도 그런 경험 많아. 찻집에 앉아서 남의 욕이나 나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부가 나쁘대. 정다원 아줌마가 그랬어.”

“맞아. 밥이든 차든 좋은 마음으로 먹어야 하나 봐.”

내 말에 찻잔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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