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머 동화> 못 생겨도 괜찮아 (2/3)

by 구민성
할아버지를 만난 두 친구는 과연.....











<2>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야기를 바꾸었어요.

“얘, 그런데 여긴 쓰레기가 진짜 많네.”

“정말 많지? 여긴 없는 게 없어.”

“그러네. 근데 어떤 건 멀쩡한데도 여기에 왔구나. 저기 봐. 저 방석이랑 이불은 참 깨끗하잖아?”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다른 물건들의 이름도 자꾸 불렀어요.

책, 빗자루, 가방, 줄넘기, 탁상시계……. 이런 물건은 아직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시림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버리면서 아까운 줄도 모르나 봐요.

조금만 고치면 쓸 수 있는 물건도 마구 버리고, 아직 쓸 만한 물건도 싫증 난다고 아낌없이 버려요.

그런 것들은 어려운 이웃이나 다른 나라에 나누어주면 될 텐데 귀찮다고 함부로 버리거든요.


“얘, 그런데 저기 괴물처럼 큰 기계는 뭐 하는 거야?”

커다란 주황색 차를 보면서 내가 물었어요.

“응, 저건 포클레인이라고 하는데 땅을 파거나 묻는 기계야.”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까 정말 쓰레기를 묻고 있네요.

“어? 쓰레기를 묻으면 어떻게 되니?”

“어떻게 되긴……. 여기는 쓰레기 무덤이 되겠지. 농사도 못 짓고…….”

“그래? 그럼 우리 운명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내가 계속 물었어요.

“우리 운명도 저기 친구들처럼 땅에 묻혀버리겠지, 뭐.”

“묻히면 어떻게 되는데?”

“그냥, 뭐……. 없어질 거야.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나는 슬펐어요. 이렇게 없어지다니.


시커멓게 찌푸렸던 하늘에서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가을비치고는 제법 많이 내리네요.

잠시 후 나는 몸이 젖어서 으슬으슬 추워졌어요.

“으으, 추워. 왜 이리 춥지?”

식당 안에서는 전혀 추위를 몰랐는데 밖에서 비를 맞으니 무척 춥군요.

“가을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리네.”

찻잔도 오들오들 떨면서 입술이 더 파래졌어요.

“아, 뜨끈한 국물을 떠서 사람의 입속에 들어갈 때가 정말 좋았어.”

나는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말했어요.


“그래. 나도 따뜻한 국화차를 손님 입에 넣어주던 때가 그리워.”

찻잔은 먼 곳으로 눈길을 보내면서 지난날을 회상했어요.

아마 정다원이 있는 방향인 것 같아요.

비가 오니까 아저씨들은 일을 멈추고 모두 가버렸어요.

포클레인만 비를 맞으며 우리 쪽을 노려보네요.

마치 내일이면 우리까지 묻어버린다고 겁주는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좋네요.

새벽까지 비가 내려서 그런지 하늘은 더 맑고 높아요.

건너편 산자락에는 게으른 안개가 잠을 덜 깬 모양이어요.

아, 그런데 오늘은 포클레인이 우리 가까이 와서 일을 시작하네요.

작업 속도가 아주 빨라요.

지금처럼 한다면 잠시 후엔 우리도 땅에 묻힐 것 같아요.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찻잔도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눈으로 포클레인을 바라보네요.

푸른색이라 그런지 찻잔이 더 슬퍼 보여요.

‘아! 땅에 묻히기 싫은데… 아직은 아닌데…….’


바로 그때, 포클레인 옆에서 일하던 할아버지가 무얼 찾는지 두리번거리네요.

“가만있자. 숟가락이 어디 있더라? 어제 이 근처에서 본 것 같은데…….”

“할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좀 구해주세요. 제발요!”

나는 울면서 할아버지께 부탁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도 최 씨 아저씨처럼 내 말을 듣지 못해요.

요새 기억력이 떨어진다며 중얼거리던 할아버지가 햇빛에 반짝이는 나를 드디어 발견했어요.


“아! 여기 있네. 그런데 목이 비틀어지고 못생겼네. 음, … 그래도 괜찮아.”

할아버지는 장갑 낀 손으로 나를 쓱쓱 닦아서 호주머니에 넣었어요.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찻잔도 주워 들었어요.

이 빠지고 좀 낡았다고 하면서도 물기를 대충 닦더니 호주머니에 넣었어요.

나는 찻잔과 함께 할아버지의 점퍼 호주머니에 같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다행스럽게도 할아버지의 호주머니 속은 아주 따뜻했어요.

“얘, 이 할아버지 오늘 도시락에 숟가락이 빠졌나 봐, 그치?”

“글쎄, 그럼 나를 호주머니에 넣은 이유는 뭐지? 설마 물컵도 없어서?”

나중에 보니 할아버지의 도시락에는 수저가 있었어요.

물컵도 필요 없이 도시락 뚜껑에 물을 부어서 마시고요.







이전 18화<여유머 동화> 못 생겨도 괜찮아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