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잘내미야, 부탁해! (7/23)

by 구민성

너무나 신나는 시간.... 그러나 좀 불길한 기분이...


7. 수상한 노인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손님 중에 한 사람이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효지와 잘내미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비둘기색 양복을 입었고 갈색 안경 속에 날카로운 눈빛을 숨긴 노인이었습니다.

혀로 입술을 자주 핥는 모습이 어쩐지 탐욕스럽게 보였습니다.


신나는 한마당이 끝났는데 뒤에 온 손님들이 조금만 더 보자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효지가 잘내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손님들은 모두 효지를 따라갔습니다.

어떤 손님은 먹던 밥도 그냥 두고 나갔습니다.


식당 옆의 창고에는 금진이가 묶여 있었습니다.

금진이는 효지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와 오빠가 전라도까지 가서 사 온 수컷 진돗개입니다.

개는 여덟 살이면 많이 늙은 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금진이는 청국장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가 없어서 아주 힘이 세고 건강했습니다.


금진이도 다른 개들처럼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듭니다.

그런데 기분이 아주 좋으면 제자리에서 높이 뜁니다.

거의 효지 키보다 높이 뛰는데 공중에서 360도 회전을 합니다.

그러니까 위로 솟구치며 공중회전을 하는 겁니다.

기분이 정말 좋을 때는 그 동작을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아빠가 산책길에 데리고 갈 때도 그렇고,

가끔 언니들이나 오빠가 와도 반가워서 공중회전을 합니다.


효지는 금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살짝 말했습니다.

“금진아, 여기 잘내미는 내 동생인데 겁주지 말고 잘 지내렴.”

“컹컹!”

금진이는 알았다는 듯이 두 번 짖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효지는 잘내미에게 운동을 해보라고 말하면서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잘내미는 싸악 웃고 고개를 두 번 끄덕였습니다.

금진이는 그런 잘내미를 신기한 듯이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마치 ‘나무토막이 웃어?’라고 하는 것처럼요.


이윽고 잘내미가 맨손체조를 하다가 팔 굽혀 펴기를 했습니다.

“어! 어! 저것 보게!”

사람들은 신기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니까 모두 따라 찍었습니다.

어떤 아줌마는 식탁 위에 두고 온 스마트폰을 가지러 뛰어가다가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아줌마의 하이힐 뒷굽마저 빠졌습니다.


또 잘내미가 텀블링을 하니까 금진이도 솟구치면서 공중회전을 했습니다.

다른 때보다 더 높이 뛰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진을 열심히 찍고, 또 다른 사람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의 크고 빠른 목소리는 중계 방송하는 아나운서처럼 흥분 상태가 되었습니다.


한바탕의 마당놀이가 끝나고 효지는 시연을 멈추었습니다.

이제 미술학원에 갈 시간이니까요.

잘내미를 본래의 위치에 두고 효지가 3층으로 올라갈 때 아까 그 노인이 계속 쳐다보았습니다.

어딘가 수상한 눈빛이었습니다.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려워도 어쩐지 욕심쟁이 같고 심술도 심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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