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수사를 시작하는 경찰
경찰관과 최 노인의 신경전
월요일 오전이었습니다.
효지가 학교에 간 뒤에 경찰관 두 사람이 아빠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처음 신고할 때의 경찰관이 아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밀양경찰서 형사계 김동식 경장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박순철 순경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도난 신고하셨죠?”
“네. 우리 못내미… 아니 잘내미를 잃어버렸어요.”
“지난번 신고하실 때의 서류와 사진을 모두 봤습니다.”
“아, 그러세요?”
“네. 그런데 혹시 짐작이 가는 사람은 없습니까?”
“짐작이라뇨?”
“가령, 그 목각인형을 탐내거나 사려고 한 사람이 혹시…….”
“잠깐! 팔라고 하는 사람은 있었어요. 아주 끈질기게…….”
“끈질기게요? 끈질기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죠?”
김동식 경장이 급하게 물었습니다.
“말도 마세요. 세 번이나 찾아와서… 돈을 많이 준다면서…….”
“네? 세 번이나 왔어요?”
“네, 거액을 주겠다면서, 제발 팔라고 어찌나 조르던지…….”
“우와! 거액을……. 도대체 얼마나 주겠다고 했어요?”
“금액은 말하지 않고 그냥 거액이라고 했어요.”
아빠는 어쩐지 3억 원이라는 액수는 말하기 싫었습니다.
“그냥 거액이라? …근데 왜 안 팔았어요?”
“막내딸이 워낙 반대해서 팔 수가 없었어요.”
“막내딸이 왜 반대를 했죠? 엄청난 금액이라고 했는데…….”
“아뇨. 우리 효지는 아직 어려서 돈을 모릅니다. 그리고 걔가 잘내미를 동생처럼 아끼거든요.”
그때까지 옆에서 메모만 하던 박 순경이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거액을 준다던 그 사람이 누굽니까?”
“하지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할 수는…….”
“의심이라기보다 참고될 만한 정보를 주시면 저희가 증거를 수집하거든요.”
마침내 아빠는 최 노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같은 명함을 두 번이나 주면서 집요하게 찾아왔던 이야기를 죄다 했습니다.
경찰관들은 주차장, 출입문, 창문, 계산대, 심지어 화장실까지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메모도 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온 김 경장은 최 노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최학수 사장님이시죠?”
“네, 그렇소. 내가 긴데 댁은 누구요?”
“전 밀양경찰서 형사계 김동식 경장이라고 합니다.”
최 노인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아시고…….”
“네, 청국장집에서 명함을 한 장 얻었어요. 두 장이나 주셨더군요.”
“청국장집요? 두 장이나요?”
그는 아주 짧은 순간에도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왜 명함을 두 장이나 주었을까?’
그러나 명함 생각은 잠깐이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생각나서 입이 탔습니다.
“저, 최 사장님께 뭐 좀 여쭤볼 게 있는데 경찰서로 잠깐 나와 주시겠습니까?”
최 노인은 경찰서라면 왠지 가기 싫었습니다.
“나는 많이 바쁜 사람이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댁들이 이리로 오면 안 되겠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오후 4시 정도면 어떨까요?”
“좋소. 그 시간에 다른 약속이 있지만, 양해를 구하고… 일단 기다리겠습니다.”
사실은 아무 약속도 없지만 그렇게 말하는 게 좋을 듯했습니다.
자신이 무척 바쁜 사람이라고 방금 말했으니까요.
전화를 끊은 최 노인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느리게 호흡하면서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괜찮을 거야. 증거가 없을 거야. 나는 훔치지 않고 샀을 뿐이야. 그리고 그놈의 나무토막은 벌써 버렸잖아? 아마 지금쯤 어디선가 썩고 있을 거야.’
약속 시각에 김동식 경장과 박순철 순경이 최 노인의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최 사장님,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사무실이 좋군요. 골동품도 많고……."
“그래, 무슨 일이오? 시간 없으니 빨리 말하시오.”
최 노인은 손목시계를 보면서 계속 바쁜 척했습니다.
“아, 참. 바쁘시죠? 그럼 바로… 저, 혹시 백촌 청국장이라고 아십니까?”
“백촌 청국장? 아하, 그게 백촌이던가?…… 음, 맞는 것 같군. 근데 왜요?”
“최근에 그 식당에 세 번 가셨습니까?
“네, 몇 번 갔지요. 단골이니까요.”
“그런데 은행나무로 만든 목각인형을 아십니까?”
최 노인은 가슴에 ‘쿵!’ 소리가 났지만, 아랫배에 힘을 잔뜩 주고 태연한 척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피할 수 없으니 자신 있게 나가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네, 잘 알지요. 내가 사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게 왜요?”
“그게 없어졌거든요.”
“아, 그래요? … 거, 참. 안타깝네요.”
“그렇죠, 안타깝죠? 근데 그 댁의 효지라는 아이는 마음이 상해서 몸도 아프…….”
“여보시오, 김 경장. 요점이 뭐요? 나는 놀고 지내는 사람이 아니오.”
최 노인은 초조함을 감추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참! 바쁘다고 하셨죠? 그럼 바로 질문하겠습니다. 최 사장님께서 그 목각인형을 사고 싶어 하셨죠?”
“맞소. 그런데 왜요? 사고 싶으면 안 되오?”
“그게 아니고요, 평범한 나무토막을 비싸게 사려고 해서 좀…….”
“여보시오. 그건 평범한 나무토막이 아니라 아주 신기한 인형이오. 소문도 못 들었소? 춤도 추고 온갖 마법을 다 부린다고요.”
“물론 그런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사서 어쩌시려고 했습니까?”
“사서 어쩌다니요? 마음에 들면 사야지요. 나는 그것 아니라도 그림이나 도자기도 많이 사요. 깨어진 사기그릇도 사고… 여기 이런 골동품도 사는 사람이오. 왜, 그게 뭐 잘못되었소?”
최 노인은 사무실에 있는 골동품들을 가리키며 입가에 거품을 물고 말했습니다.
“아니, 잘 못 된 건 아니지만…….”
“그래, 잘못이 아니면 그만 끝내야지 왜 나를 귀찮게 하시오? 지금 나를 절도범으로 의심하는 거요, 뭐요?”
“아닙니다. 의심이라니요? 저희는 그냥 참고 삼아서… 최 사장님께서 그 인형을 사고 싶어 하셨다기에…….”
“사고 싶어 한 것이 죄가 아니라면… 인제 그만 나가 주시오.”
태연한 척하면서 큰소리를 치지만 최 노인은 손가락이 많이 떨렸습니다.
등에 땀도 흐르고 이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최 사장님, 실례가 많았습니다. 필요하면 다음에 또…….”
“아니, 다음엔 오지 마시오. 인형에 관심 둔 게 죄가 아니라면 말이오.”
옆에서 계속 듣고만 있던 박 순경이 최 노인의 떨리는 손가락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마디를 했습니다.
“어르신, 또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뒷일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는 묘한 미소를 흘리며 거수경례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