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빨노파의 웃음 노래 (2/5)

by 구민성

빨노파의 웃음 노래 (2/5)









병원의 분위기를 바꾸는 빨노파...^!^


<2>


대학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어두워 보여요.

의사 선생님들은 표정이 늘 굳어있고 간호사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환자들은 힘이 없고 가족들은 피곤해 보였어요.

지금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더 우울하고 을씨년스러워요.

겨울인데도 웬 비가 이리 자주 오는지 몰라요.


빨노파는 날씨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좀 심심해진 빨노파는 복도 끝에 있는 스피커 쪽으로 날아갔어요.

그리고는 앙증맞은 부리로 스피커를 톡톡 쳤어요.

아! 그런데 갑자기 맑은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경쾌한 동요가 흘러나오지 뭐예요.


입꼬리를 올리면 기쁨도 올라가요.

일단 웃어보면 좋은 일이 생겨요.

세상은 좋게 생각하면 좋게 되니까요.


노래는 몇 번이나 되풀이되었지만 지루하지 않았어요.

노랫말과 멜로디가 쉬워서 사람들은 금방 익숙해졌어요.

빨노파는 2층의 복도와 식당, 화장실까지 다니면서 스피커마다 톡톡 쳤어요.

그러니까 병원 전체에 동요가 물결처럼 번졌어요.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누군가 그 노래를 웃음 노래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아줌마는 걱정이 참 많았어요.

남편은 3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고 외아들 형규만 바라보고 살았지요.

그런데 형규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무척 힘들게 되었어요.

사고를 낸 운전자가 도망을 갔기 때문에 정말 큰일 났어요.

비싼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줌마는 새벽부터 시작하여 오전에는 병원 청소를 했어요.

또 정오에 퇴근하여 밤늦게까지 다른 식당에서 일했어요.

이렇게 힘들게 일하니까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슬프고 힘들고 걱정이 이어지는 나날이라서 표정이 밝을 수가 없지요.

아줌마는 온종일 누구랑 말을 하지 않아요.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거든요.

입꼬리는 항상 아래로 처져 있었지요.


그런데 웃음 노래를 자꾸 들으면서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아주 조금씩이지만 좋은 변화인 것은 틀림없어요.

화장실에서도 거울을 보면서 양쪽 입 끝을 위로 살짝 올려봤어요.

이상하게도 마음의 구름이 조금 걷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엷은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걸레질을 하다가도 다른 사람이 막히면 살짝 웃으면서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조금만 비켜주시겠어요?”

그러면 상대방은

“아, 죄송해요.”

하면서 얼른 비켜주었어요.

전에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비킬 때까지 기다렸는데 말이죠.

아줌마는 날마다 조금씩 변했어요.


아줌마는 식당에서 손님이 남긴 밥을 가져와 빨노파에게 주었어요.

채소도 아주 잘게 썰어서 꼭 소꿉놀이하듯이 식탁을 차렸지 뭐예요.

빨노파는 하나도 남김없이 잘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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