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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Nov 08. 2021

내 장례식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코로나로 소천하신 어느 지인의 장례식에서

어젯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한 여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줌으로 드리는 장례예배였지만 모두가 검은색 옷을 입고 아주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영정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있는 그분을 나는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온라인으로 매일 아침 만났고 소그룹 모임에서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 아침마다 함께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선물하시던 순수 무공해 같은 분이시다. 이분은 필리핀에 살고 계셨는데 이번 주에 한국에 들어갈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비행기 티켓도 사 두었고 자가격리 장소도 구했다고 기뻐하셨다. 그런데 1주일 전부터 기운이 없고 입맛도 없고 온몸이 쑤셔대서 감기몸살인가 보다 하고 약을 먹고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증세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며칠 만에 심정지가 와서 이 세상을 떠나셨다. 감기가 아닌 코로나였다는 사실을 함께 살던 남편이 양성 판정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단독방에 그분의 소천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의 글이 쏟아졌고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도 물론 애도의 글을 올리면서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로 한 바로 그날 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셨으니 말이다.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분의 장례식에서 그토록 많이 울어보기는 처음이다. 함께 장례식에 참여한 분들이 나를 고인의 유가족이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분의 죽음을 안타까워했고 슬퍼했다. 올해 74세이신 한 젊은 노파?의 죽음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을 슬프게 만들었을까? 조사를 들으면서 이분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코피노들의 엄마가 되어 자신을 불태우면서 그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비전을 심어주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본이 되고 도전이 되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분이 비록 이국땅에서 코로나로 홀연히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분의 삶의 향기가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분이야말로 진정 복있는 삶을 살다가 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땅에서의 그분의 

수고와 헌신과 눈물이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리라 믿는다.




스티븐 코비가 저술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습관 2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에서 코비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장례식 모습을 상상해 보게 한다. 관속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마지막으로 표현하기 위해 온 조문객들. 자신이 평소에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조사하는 모습 등 ... 그리고 조사하는 사람들이 나와 나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 주기를 바라는지 잠시 생각해 보게 했다.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스티븐 코비가 생각났다. 며칠 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장례식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 적이 있는데 어제는 그분의 장례식을 보면서 진지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정사진에 내 사진을 상상으로 넣어보았다. 생전에 가장 예쁘게 나온 내 사진이 어떤게 있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죽고난 후에도 세상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게 여자의 본능인가보다. 하얀 천으로 돌돌 싸매져 있는 나의 시신을 상상해 보았다. (코로나 상황이니까) 그리고 온라인으로 나의 죽음을 애도하러 온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들, 친구들, 동료들을 상상해 보았다. 나와 관계를 맺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이 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슬퍼해줄까? 가장 가까이에서 지냈던 동료가 나의 장례식 조사를 하면서 나와 내 삶에 대해 과연 어떻게 말할까? 나의 가족들은 내가 어떤 엄마였고 어떤 아내였고 어떤 딸과 며느리였다고 말할까? 내 친구들은, 내 동료들은 나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까?



타인의 장례식장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내 장례식장을 연출해 보면서 나의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신중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과연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나는 사랑의 향기를 남기고 떠나고 싶다. 일보다, 돈보다, 명예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했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천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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