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2017년부터 매년 1~2회 갔으니
총 열 번이 넘게 제주도에 갔었다.
아이와의 추억을 쌓으러 간
가족여행이었다.
코코몽 에코파크부터
에코랜드, 런닝맨까지
제법 많은 제주의
어린이 관광지(?)를
빠짐없이 돌아다녔다.
초등 고학년부터는
비싼 입장료를 내는
관광지가 슬슬 질리더니,
이후에는 오름이나 미술관 같은
색다른 재미를 찾아다녔다.
기가 막힌 찰나에 찍힌 사진들과
여행지에서 싸우고 토라진 기억들이
이제는 값비싼 보석보다
더 큰 추억이 되었다.
제주의 물가가 비싸
뉴스에 오르내리고
중국인들의 비매너 행동으로
제주의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제주와 관련한
좋은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제주에 관련한 소식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좋지 않은 뉴스에도
내 기억 속에 저장된 제주는
여전히 싱그럽고 아름답다.
찐득거리는 흙밭에
구멍 난 현무암이
아무렇게나 돌출되어 있고,
물기가 총총 떨어질듯한
잎사귀들이 늘어진
곶자왈이 있는 제주를
사랑한다.
제주에서 찍은
많은 사진 속에서,
우리는 제주와 어깨동무를 한 채
활짝 웃고 있었다.
7년이 넘게 제주에 방문했음에도
아직 제주가 목마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고
경험해 보지 않은
제주의 계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방문에도 여전히
제주가 그리운 이유
하나를 손꼽자면,
'한라산' 때문이다.
왕복 7시간이 걸린다는
한라산 등반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제주하면 한라산인데
여지껏 가보지 못했다니,
제주를 다 알고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내내 마음에 걸렸다.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한라산 정상만큼은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얀 솜털같은
한라산 정상의
멋진 모습을
제주 어느 지역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억새가 장관이었던 가을에도,
유채꽃이 찬란했던 봄에도
한라산 정상은
밀가루를 덮어쓴 강아지처럼
얼굴이 하얗게 분칠되어 있다.
그곳까지 내가 가 보았더라면... 하고
늘 상상해 보았다.
아이들이 함께 있는 숙소에서
창밖을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한라산.
창밖으로 나를 부르며
손짓하는 한라산.
7시간이 걸린다는
한라산 등반을 떠나보고 싶다.
백록담이 보이는
정상에 다다르면
해냈다는 성취감.
가장 높은 곳에 와보았다는
짜릿한 기쁨.
교과서나 인터넷으로만 보던
백록담을 내 눈으로 담는다면
얼마나 멋진 경험이 될지.
상상만으로도 벌써 설레고 긴장되는 듯하다.
언젠가 한라산에 갈 수 있다면
내 인생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진귀한 경험의 가치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해보지 못했던 것 중 하나.
정말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
나는 한라산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