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흔적이 되지 못한 순간들

by 서율빈

“잠깐 머문 것들은

대개 영원인 척을 잘한다.”

오늘 이 문장이

괜히 목에 걸리더라고요.

마시다 만 물처럼요.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면서

자기 냄새를 조금 두고 가요.

향수 말고요,

옷에서 빠진 먼지 같은 거요.

저는 그걸 엄지로 문질렀다가

손톱 밑에 묻어 있는 걸 보고

좀 웃었어요.

그냥 그런 날이 있잖아요.


저녁빛이 창턱에 기어오르다가

슬쩍 미끄러지듯 꺼지는데요,

다들 못 본 척 고개를 돌리죠.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표정이요.

꺼질 때 잠깐,

사람 얼굴이 이상하게 솔직해 보이거든요.

그걸 누가 보고 싶어하겠어요.


우리 사이에도

비슷한 틈이 하나 있었던 것 같아요.

카페 문 앞에서

서로 비켜주지도, 먼저 들어가지도 않던 그 몇 초요.

괜히 어색해서

바닥에 떨어진 얼룩만 바라보다가

각자 다른 쪽으로 걸어갔잖아요.

딱 그 정도 관계였어요.

굳이 탓할 것도 없는

그냥 제풀에 꺼지는 종류요.


남은 건

사건도 아니고

대화도 아니고요,

공기가 아주 살짝 눌린 자리뿐이었어요.

누가 앉았다 일어난 의자 같은

그런 눌림이요.


저는 그 눌림을 한 번 느끼고

그걸로 충분했어요.

사람 일이 다 그렇진 않은데

그날은 그냥 그랬어요.

우리가 나눈 건

길이도 아니고

깊이도 아니고

어떻게 사라지는지가 전부였죠.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뒷모습 보면 자꾸 웃음이 나요.

잠깐 머무는 사람들 있잖아요,

신발 뒤축이 다 닳아 있는 사람,

귀에 이어폰 한 쪽만 꽂은 사람.

그런 사람들요.

그들도 아마

영원인 척하는 데

익숙할 텐데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끝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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