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대신 넘기는 화면

누르기 전의 망설임

by 서율빈

그 사람의 글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예전에 글을 쓰던 모임에서 몇 번 얼굴을 마주쳤던 사람이다. 네다섯 번 정도였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글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한 번 그의 피드백을 부탁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까웠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잠깐 웃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때는 문장을 조금 눌러 쓰는 편이었다. 글을 쓰게 만드는 생각들이 내가 하는 일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 경계를 다루는 일이 늘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그대로 풀어놓기보다는 한 번 더 정리해 적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모임에서는 오히려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글로 남기기에는 조심스러웠던 생각들을 대화 속에서 먼저 꺼내 놓곤 했다. 말은 그 자리에서 흩어지지만, 글은 남는다는 걸 어딘가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그곳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유는 끝내 듣지 못했다. 설명도 없었고, 몇몇 생각나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나도 따로 묻지 않았다. 그 뒤로 그 공간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사람의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글을 몇 편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그렇게 다른 사람은 아니었구나.
다만 서로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글을 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런데 화면을 넘기다가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좋아요 버튼 위에서였다.

누르면 그 사람에게 알림이 갈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내가 아직 어딘가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잠깐 그 버튼 위에서 멈춰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기억할까.
내 글을 읽으면 뭐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질문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몇 번 같은 공간에서 글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지금 떠올리면 그때의 장면 몇 가지가 조용히 남아 있다.

그래서 좋아요를 누르든 누르지 않든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인연들은 그렇게 남는다. 작은 버튼 하나 앞에서 잠깐 멈추게 만들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지는 않는 방식으로.

나는 화면을 넘긴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든다.


결국 누르지 않겠다는 다짐은 미끄러진 손가락 끝에서 무너졌다. 취소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전송된 신호의 궤적까지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망설임의 끝이 늘 단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서툰 흔적이 증명하고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영원히 흔적이 되지 못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