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건넨 위로의 문장
“빨리 가도, 늦게 가도, 천천히 가도, 서둘러 가도, 마음을 채워도, 비워도 결국 도달하는 것은 매한가지네요.”
김선하 작가의 『눈물 나는 날에는, 엄마』라는 책을 읽다 오열했다. 책장을 넘기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마도 내가 가장 힘들 때 떠오르고, 가장 기대고 싶은 존재인 ‘엄마’라는 단어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구절은 오랜 침묵 속에 묻혀 있던 내 마음을 조용히 두드렸다. 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날따라 무언의 친구처럼 조용히 곁을 지켜주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네 마음 내가 다 안다며 책은 조용히 내 곁에서 흐느끼는 나를 토닥여 주었다.
참아왔던 눈물이 터지고,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났더니 속이 후련해졌다. 무뎌졌던 마음은 서서히 풀어졌다.
현실에선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을 책을 통해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마치 책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던 ‘엄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깨달았다. 책을 읽는 시간은 내 감정과 조용히 마주 앉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 이후, 나는 손 닿을 거리에 항상 책을 가까이 두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펼친 책 한 권이 건네는 말에 따라 난 백지 위에 나의 이야기를 한 글자씩 써 나갔다. 책은 내가 미처 꺼내지 못한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때론 나보다 한발 먼저 내 마음을 알아주었다. 내게 필요한 책은 시기가 다를 뿐, 언젠가 내게 다가온다고 했던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눈물 뒤에 오는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난 가슴 따스한 위로의 문장들을 오래도록 매만졌다.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나면 오랜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듯 편안했고, 속이 텅 빈 날엔, 책이 등 뒤에서 조용히 무너진 마음을 안아주었다.
“괜찮아,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책은 때로 친구보다, 가족보다 더 깊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울고 싶을 땐 조용히 울게 해 주고, 아무 말 없이 곁을 내주는 그런 존재.
나는 오늘도 책과 함께 감정을 마주하고, 비워내고, 다시 채워가며 살아간다. 책 속에는 지금의 나보다 더 진솔한 ‘나’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낀다. 마음껏 울 수 있는 나,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나,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은 날. 눈물조차 삼켜야만 했던 순간들 속에서, 책은 조용히 내 손을 잡아주었다. 책은 때때로 스스로도 모르는 억눌렀던 감정을 꺼내어 보여준다. 책은 이제 엄마 같은 친구이자 평생 함께할 또 다른 동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