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사라진 탈진한 중년의 고백
벌써 다섯 달째다. 거울을 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그저 습관처럼 하루를 시작하고, 아무 감정 없이 흘려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여보, 오늘 기분 어때요?”
남편이 무표정한 나를 보며 걱정스레 이런 질문을 건넸지만 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나조차도 내 기분이 어떤지 설명할 수 없었다.
“엄마, 요즘 무표정해졌어요.”
어느 날은, 큰 아들이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턱 막혔다. 속에선 눈물이 차올랐다. 왜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하지만 그보다 더 슬펐던 건, 정작 나조차 나를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억지로라도 웃어보려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낯설었다. 거울 속의 비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수척해진 얼굴, 빠진 체중, 빛이 사라진 눈동자.
그제야 깨달았다. 웃음을 잃는 건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는 걸.
나를 다시 마주하는 밤
그날 밤, 오랜만에 일기장을 꺼냈다. 몇 장을 넘기니 마지막 글은 3년 전이었다.
‘예전엔 힘들면 책을 읽었었지.’
그 기억을 따라, 책장에 꽂힌 책 아무거나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조용한 방.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나는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눈물만 흘렀다. 하지만 매일 밤 혼자만의 시간을 반복하면서,
다시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조금씩 만났다.
내 안의 나침반
그렇게 몇 달이 흐른 뒤,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내 마음의 방향이 더 이상 남의 눈치가 아닌,
내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책을 읽었지만 기억이 안 나서 아쉬웠어?”
“그래도 읽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지?”
질문이 늘어날수록, 나는 점점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다.
책이라는 선물
남편의 회사 복지로 분기마다 세 권의 책을 신청해서 받았다.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최근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행동하지 않는 생각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또 마음 깊숙이 죄책감이 들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은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을 쏟아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존재한다, 고로 행동한다”로 살아야 한다고.
그 문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다시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졌다.
기록하고 나누는 삶으로
세상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두드려보면 가슴속에서 슬픈 소리가 난다고 했던가.
나는 책을 통해 고민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배웠다, 변화에 한 걸음 다가설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지 몰라 매일 밤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블로그 기록은 나를 위한 기록이면서,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도록 바람을 담아서.
오늘도 난 내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나를 잘 돌보고 있는가? 오늘 내 감정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지?”
이 질문들 떠올리며 오늘도 읽고 쓴다. 그리고 내 손끝에서 태어난 문장이 내게 힘을 준다. 그리고 필요한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란다.
혹시, 당신도 한때 나처럼 웃음을 잃고 살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남들 말고 나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할 신호다. 그동안 방치했던 나라는 책의 페이지를 열 시간이다. 나라는 책 속에 예전의 당신을 찾아줄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제 나라는 잃어버린 책을 다시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