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라앉을 때,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한다
가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별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 조용히 주저앉고 싶은 날.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 마음이 무겁다. 그럴 때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돌본다. 소소한 일상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책 속에 파묻히기
책은 내 마음의 피난처다.누군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 문장이 내 감정을 알아채고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 같다.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를 헤매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용해진다. 책이 주는 위로는 조용하지만 강하다.
때로는 삶 전체를 끌어안아 주는 든든한 친구처럼 곁에 머물러 준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조용한 공간에 앉아 책 한 권에 푹 파묻히는 시간. 그 순간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대접이다.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는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
시장 골목에서 만나는 삶의 온기
가끔은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시장 골목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기된다. 호객하는 상인의 웃음소리, 싱그러운 채소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 활기찬 풍경 속에 나도 함께 숨 쉰다. 중앙시장 한복판, 형제들이 함께 운영하는 포장마차 골목은 언제나 살아 있는 글감이 되어준다.
어릴 적 먹던 국화빵, 매콤한 떡볶이, 바삭한 튀김, 구운 만두… 그 익숙한 냄새와 풍경은 나를 단번에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소란스러운 그 장소 속에서 나는 외롭지 않다. 분주한 삶의 기운이 나를 감싸 안고,
“괜찮아,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그렇게 말해주는 듯하다.
자연 속 걷기
마음이 복잡할 때면 나는 천변을 걷는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어느 날은 징검다리를 건너 낯선 동네까지 걷기도 한다. 걷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가벼워진다. 시간이 허락되면 수목원으로 향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나무들, 바람과 햇살, 그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장미원에선 다양한 장미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손짓한다. 바람 한 줄기, 잎이 흔들리는 소리마저도 따뜻하다.그때 나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린다.
“지금, 여기 있어줘서 고마워.”
이모와의 소박한 외출
가끔은 엄마처럼 다정한 이모를 만난다. 함께 장을 보고, 맛있는 걸 사 드리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걷는 시간. 그 하루는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누군가를 챙긴다는 건, 결국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이모와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종종 깨닫는다.
버스 차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에서도 자연의 숨결과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살아있음을, 살아가는 중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마음이 무너지는 날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군가는 소리 내어 울고, 누군가는 조용히 걸으며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버틴다. 나에게 위로가 되는 건 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책 한 권, 시장의 소란함,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함께 걸어주는 따뜻한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내 마음을 다시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