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의 피서

더위보다 뜨거운 생각 속에 파묻힌 책갈피 속 여름

by 이월규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기운이 빠져나간다. 이 더위를 어떻게 하면 견딜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책 속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보자는 마음. 그것이 오늘 나만의 조용한 피서법이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도서관 한가운데 운 좋게 하나 비어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앉자마자 ‘좋은 자리를 찾았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막상 앉고 보니, 천장 위쪽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이 정통으로 나를 향한다. 처음엔 시원하다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몸은 점점 굳어가고, 집중하려던 마음도 얼어붙는다. 결국 더는 그 자리를 고수할 수 없었다.


도서관은 이미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다른 자리는 좀처럼 나질 않았다. 눈여겨본 한 자리는 한참이 지나도 사람은 없고, 가방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오늘은 옷을 겹겹이 껴입고 버텨보자.”


그렇게 마감 시간인 밤 10시까지, 도서관 속 내 자리를 지켜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조심스레 공간에 익숙해져 가던 오후, 나는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었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속에 조용한 울림이 오래도록 남았다.


『스토너』는 더위를 잊게 했고 감동을 준 문학소설책이다. 윌리엄 스토너는 미국 미주리 시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농업을 배우러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문학의 세계에 눈뜬 그는 결국 교수의 길을 선택한다. 평생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살아가지만,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불행한 결혼생활, 정치적 갈등, 딸과의 단절...


그는 세상의 이목에서 멀어져 있었고, 명성 있는 교수가 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문학을 사랑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진실하게 살아냈다. 스토너의 삶은 조용했지만, 그 속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화려하지 않은 문장, 과장되지 않은 문장 속에서 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삶이란 어떤 모습인가’


하는 질문 앞에 오래 머물렀다. 책 속으로 떠나는 여름 피서 무더위를 피해 찾은 도서관, 그리고 『스토너』생각보다 더 뜨거운 세계가 그 안에 있었다. 더위보다 더 강렬한 생각 속에서 나는 오히려 차분해졌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조용히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의 피서는 성공이다.

한여름 나만의 피서법은 바로,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 책갈피 속 그늘 아래에서, 마음이 식어가는 경험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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