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수확의 기쁨, 새벽의 고요함, 그리고 밥상 위의 풍성함
여름하면 무덥고, 숨이 턱턱 막히고, 짜증부터 나는 계절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에게 여름은 그저 덥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매년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고, 특히 7월말이 기다려진다. 여름 속에서 작고 확실한 기쁨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 기쁨들 덕분에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옥수수 수확이 기다려지는 7월 말, 여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옥수수다. 매년 7월 말이 되면 평택으로 옥수수를 수확하러 간다.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것과는 다른 특별한 옥수수이기 때문이다. 달달한 맛을 내기 위해 뉴슈가를 넣는 일반 옥수수와는 달리, 첨가물 없이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지닌 귀한 품종이다.
이 옥수수는 대량으로 재배하지는 않는다. 가족과 친척들이 나눠 먹을 정도만 심기 때문에 더 귀한 맛이다.
작년에는 수확한 옥수수를 들고 집에 돌아오던 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웃을 만났다.
“흔히 맛볼 수 없는 옥수수예요.
맛 좀 보세요.”
일곱 자루를 건넸는데, 다음날 맛이 있다며 살 수 없냐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살 수는 없다. 이건 마음을 나누는 옥수수니까. 매년 여름, 이 귀한 옥수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7월 말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일찍 시작하는 하루, 여름은 밤이 짧고 아침이 빠르다. 새벽 다섯 시, 창 너머로 벌써 환한 햇살이 눈을 깨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 시간이 나는 좋다.
겨울엔 아직 어두운 시간이지만, 여름은 이미 밝고 생기 넘치는 시간이다. 모자 하나 눌러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산책을 나선다.
부지런한 조기 축구팀은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유니폼을 입고 숨가쁘게 달린다.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빠르게 걷는다. 나도 질세라 걷고, 오르고, 땀을 흘린다. 등줄기로 흐르는 땀, 풀냄새와 상쾌한 아침 공기 그 속에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1시간, 길게는 2시간을 걷고 나면
하루를 먼저 살아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책을 펼친다. 오늘은 어떤 문장과, 어떤 인연을 마주하게 될까. 일찍 일어난 아침, 나만의 하루가 자라고 있다.
여름 밥상은 풍성하다. 여름은 그 자체로 밥상이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수박, 참외, 가지, 토마토, 열무김치…
색깔도, 향도 살아 있는 자연의 맛이 밥상 위에 올려진다.
수박은 나에겐 여름 음료수다. 참외는 씨까지 먹어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방울토마토는 샐러드에 살짝 구워 치즈와 함께 먹는 건강한 별미가 되고, 열무김치는 그 집만의 손맛이 배어 있어 매번 다른맛으로 만난다.
열무의 굵은 겉잎은 데쳐서 시래기나물로 볶고, 속잎은 살짝 절이고 살살 버무려 통에 담아 두면, 그것만으로도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된다.
요즘은 호박잎도 인기다. 살짝 쪄서 영양쌈장을 얹어 먹는 그 쌈 한 입은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향과 맛이다.
여름은 이렇게 마음까지
부자가 되는 계절이다.
밥상 앞에 앉기만 해도 절로 감사가 흐르고, 제철의 의미가 무엇인지 몸이 먼저 안다.
누군가에겐 덥고 피곤한 계절일지 몰라도 나에겐 여름이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옥수수를 수확하러 가고, 아침 공기로 하루를 일찍 일구며, 밥상 위 자연의 맛에 감사하는 계절. 그런 여름이라서, 사랑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