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루는 나를 채웠는가, 비워냈는가

충만함과 공허함 사이에서 배우는 하루의 의미

by 이월규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하루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참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 하루의 귀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어제 이 시간, 10년 전 이 시간, 30년 전의 이 시간도 누구에게나 주어졌고, 어느새 흘러가 버렸다.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는 많이 변했고 성장해왔다.


문득 '그 시절은 왜 그렇게 의미 없이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철없던 시절, 서툴고 미숙했던 날들, 바쁘기만 했던 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이제서야,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는 나를 성장시키고, 어떤 사람과의 시간은 나를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을.

책 속의 한 문장, 위대한 이들의 진심이 담긴 조언, 따끔한 한마디가 때로는 나를 일깨웠다. 이제 나는 사람을 가려 대화할 줄 아는 눈이 생겼고, 삶의 중심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책’이 내게 준 힘은 나이가 들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이제 책은 내 곁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다. 내 삶을 채우는 힘이자,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중심이다. 늦게 만났지만, 이 소중한 인연은 앞으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언제 공허함을 느꼈을까?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돈도, 명예도, 성공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없이는 허무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모임과 관계 속에서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함께 웃고 울며 쌓아온 시간은 분명 소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안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여전히 참고, 이해하려 애썼다. 나보다 인생 선배인 그들을 품으려 노력했고, 때로는 침묵으로 갈등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화는 공허한 말들로만 채워졌고, 만남은 습관처럼 반복될 뿐, 마음을 나누는 자리는 아니었다.


물론 가벼운 잡담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나는 방금 무슨 이야기를 듣고 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텅 빈 듯한 기분. 의미 있는 연결을 기대했던 나에게 남겨진 건 허전함뿐이었다.

그렇게 공허함으로 느껴지는 시간들은 점점 길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점점 ‘의미 없는 한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감정보다, 나 스스로가 그 관계 안에서 점점 사라지는 듯한 감정이 더 컸다.

한때는 소중했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나의 마음은 조금씩 소외된 장소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그들을 원망하지 않으려 하지만, 나 또한 더 이상 나를 잃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물러섰다. 그리고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인연이라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망설여졌고, 수없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이제는 제 삶을 다시 돌아보고
싶어요. 본업에 조금 더
집중하려 합니다.”


그 말을 꺼내기 까지 내 안에서는 오랜 시간 준비해온 단호한 결심이었다. 그렇게 나는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관계의 문을 닫았다.

그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하루를 살기로 결심했다.

진심을 나누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는 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내게는 더 소중했다.


얼마 전 30년 된 또 다른 모임에 참석했을 때, 여전히 변화 없는 대화와 삶의 방식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결심했다.

“멈춰 있지 말자.
어제보다 나아지자.
어른다운 어른이 되자.”

책은 여전히 나의 가장 좋은 벗이다. 나는 이제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나를 지키고, 나를 키우는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마음부자다. 책 속에서, 사람 속에서, 그리고 나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조금씩 나를 다시 채우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공허한 하루를 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정말 잘 해내고 있어.” 그리고 묵묵히 내 길을 걷는다. 오늘 하루도 나를 채우는 시간, 작지만 충만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하루는 단지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그 하루를 어떤 사람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감정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나는 오늘도 선택한다. 공허함을 지나 충만함으로. 오늘, 나를 다시 채우는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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