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배움에는 때가 있고, 그 시기를 놓치지 않기를

by 이월규

풋풋했던 20대.

나는 크게 튀지 않고 조용히 자기 일을 묵묵히 하던 아이였다. 부모님께는 속 한번 썩이지 않고, 속마음은 꾹꾹 눌러가며 살아갔다.

철이 조금 일찍 든 탓인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그만큼 내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늘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하나, 확고한 것이 있었다. 바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었다.


평택에서 서울까지 매일 학원을 오가며 자격증을 준비했고, 결국 취득해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꿈꾸던 직장에 들어가며 새로운 출발을 했지만, 막상 사회생활이 시작되니 또 다른 벽이 보였다.

‘속기사’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지만, 한 달 봉급으로는 수강료조차 감당할 수 없는 현실. 경제적 여건 앞에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아야 했던 순간, 마음은 참으로 야속하고 답답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길을 찾아보았다면 분명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고, 오랜 꿈이었던 배움의 길을 걸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하고, 일을 병행하며 공부한다는 건 젊을 때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은 참으로 컸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이런 생각이 남는다.

“그때 조금만 더 일찍 학업의
문을 두드렸더라면, 지금 나는
또 다른 위치에 서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또 다른 생각도 스친다.

만약 20대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부담 없이 학업을 마쳤다면 그 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30대가 되어서야 다시 책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나는 그야말로 절실했다. 그래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내가 처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 점만 바라보며 달려갔다.


그 시간들은 다시 오지 않을, 그러나 분명 나를 살게 한 희망의 불씨였다. 그래서 지금의 20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젊음,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그 시기는 즐기기에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도 반드시 자신만의 배움의 시간을 확보하라고.


공부에는 두 번의 시기가 있다.

젊을 때 하는 공부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기초를 다지는 일이고, 나이 들어하는 공부는 다시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젊은 날의 배움은 인생의 방향이다. 체력도 시간도 있는 그 시절에 쌓은 지식과 경험은 나중에 수없이 맞닥뜨릴 선택의 순간마다 확신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면의 지시등이 된다.


지금은 100세+ 알파 시대. 늦은 공부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것은 마치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일과 같다. 더디고 힘겹지만, 분명한 목적이 있는 길이라면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값지다.

나이 들어 시작하는 배움은 삶을 다시 설계하고, 지치지 않기 위한 지혜로운 길이다. 내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준비이며, 매일을 긴장감 있게,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이끌어준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스무 살의 나야, 노는 것도 좋지만, 너의 가능성과 가치를 키우는 공부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란다. 그 학구열, 그 뜨거운 열망을 절대 미루지 말고,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겨보렴.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포기하지 말고, 더 구체적으로, 더 깊이 방법을 찾아보는 거야. 오래 고민한 그 선택이 분명 너의 인생을 지켜주는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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