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것보다 어려운 결심, 떠남의 용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지혜로운 사람은 일이 그들을 떠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일을 떠난다.
그들은 종말이 임박해 올 때조차 승리를 준비한다."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이다
이 말은 내가 중년에 들어서며 자주 되새긴 문장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 자리에 더 머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안정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짐이 되기도 한다.
빛이 가장 찬란할 때 조용히 물러나는 해처럼, 사람도 어느 시점에선 물러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뒤늦은 작별보다, 미리 때를 알고 고하는 작별이 더 아름답다.
내가 먼저 떠난 일이 하나 있다.
몇 달 전, 나는 20년 넘게 몸담았던 모임에서 조용히 물러난 적이 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 자리에 더 이상 마음이 닿지 않고 있었다.
같은 주제의 반복, 형식적인 대화, 채워지지 않는 언어 속에서 갈증이 점점 깊어졌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를 성장시키는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할 때다.’ 떠나는 일은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후에 새로운 만남과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의 결단이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고 믿는다.
관계에서도 때를 알아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붙들고 있는 관계는 더 이상 성장이 아니다. ‘먼저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지혜는 결코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고 상대를 존중하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20여 년의 오랜 관계였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젠 내가 나아갈 길을 위해,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을 때다.’ 손에 쥐고 있는 무언가가 더 이상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제는 떠날 때가 아닐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지만, 그 뒤에는 나만이 느끼는 예민한 ‘촉’이 있다.
나는 오늘도 내 마음속 희망의 바람에 몸을 실었다. 의미 없이 무리 속에 머무르기보다, 때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때를 아는 작별은 새로운 시작이며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