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쓸어 담는 마음

작은 손길 하나가 세상을 단단히 붙잡아 준다

by 이월규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자연을 찾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물들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속에도 작은 변화가 피어납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바위 틈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묵묵히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그 푸르름 속에는 말없는 힘, 고요한 품격, 그리고 오래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변치 않는 초록빛으로 서 있는 소나무는시간과 바람, 눈과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갑니다.

그 모습은 마치 자기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하루를 견뎌내는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닮았습니다.


정원 한켠에 서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면 그 안에서 ‘삶의 철학’이라는 침묵을 느낍니다. 아름다움은 때로 말이 없지만, 그 자리에 오래 머무는 힘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단단함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비가 내린 뒤 낙엽이 깔린 거리를 보면, 그 낙엽을 조심스레 쓸어 담는 손길에서도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흔한 노동이라 부르지만, 누군가는 하루의 끝을 정리하듯 한 잎 한 잎 낙엽을 모으며 세상을 다시 단정히 만들어 줍니다.


그 손끝에는 세상을 향한 책임, 그리고 사랑의 온기가 담겨 있습니다. 낙엽을 모으는 일은 단순히 거리를 깨끗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조용히 세상에 온기를 더하는 일입니다.

이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마음일까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말없는 가르침 같습니다. 말없이, 그러나 꾸준히 세상에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 우리 주변에도 그런 손길들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어머니, 화초를 정리한 뒤 흙을 고르고 물을 주는 이웃, 수업이 끝난 뒤 교실 불을 끄고 나오는 선생님, 그리고 퇴근길에 환하게 인사하는 버스 기사님.


그들의 행동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사랑과 성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손길들이 있기에 세상은 단단히 이어지고, 우리는 하루를 따뜻하게 버텨냅니다.



가을 낙엽이 바람에 구르며 흩어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묵묵히 빗자루를 움직입니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가 닮고 싶은 ‘아름다움의 손길’ 아닐까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는 지금 우리 마음속에도 작은 온기가 자라나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낙엽을 쓸어 담는 그 손길처럼, 오늘도 조용히, 내 마음의 하루를 쓸어 담습니다.


우리는 거창하게 생각하지요. 마치 ‘큰 일’을 해야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세상을 바꾸는 건 늘 작고 묵묵한 손길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짝 다독여 주고, 지난 힘들었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마음. 가을의 낙엽을 보는 순간 속에서도 그 따뜻한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단단히 붙잡아 주고 용기를 주게합니다.


오늘도 그 손길 하나에 감사하며,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아름다움의 손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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