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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두 번째 학교

Chapter Ⅳ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서 공립 중등 교사의 만기 내신(전근) 연수는 5년이다. 나는 첫 학교에서의 마지막 5년 차 겨울에 전근 갈 다른 학교를 알아봤다. 교육청에서 나온 관내(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내가 속한 학교의 지원청 內) 내신(전근) 과목에 따른 인원수를 확인하고 내 과목이 뜬 학교를 추려보니, 내가 갈 수 있는 학교는 많지 않았다. 내신 신청서에 1지망부터 3지망까지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쓰면 되는데, 내가 그 학교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쓴 학교로 배정되지는 않는다. 만약 나보다 연차가 더 높은 선생님이 내신 신청서에 내가 쓴 학교랑 같은 곳을 쓴다면 나는 밀려나서 다른 학교로 배정이 된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교사들한테 인기가 많은 여중으로 1지망을 써서 당시 교감선생님께 내신 신청서를 제출했다.   


   교감선생님께서는 나를 잠시 부르셨다.


  교감선생님: 선생님 신청서를 보니까 1지망으로 여중을 썼던데, 선생님 연차에서 여중으로 가는 거 쉽지 않을 거예요. 만약에 다른 학교 선생님들 중에 선생님보다 연차가 높은 분들이 이 여중으로 쓰게 되면 선생님은 이 여중으로 못 갈뿐더러, 밀려나게 돼서 아마 다른 사람들이 안 가고 싶어 하는 힘든 학교로 발령받게 될 확률이 있어요. 지금 이 학교도 너무 힘들었는데, 다른 학교는 좀 덜 힘든 데 갔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여중은 선생님 연차에서는 밀릴 거 같고... 적당한 학교로 1지망 다시 써 보는 거 어때요?

  나: 교감선생님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1지망으로 여중 쓴 걸 다른 학교 선배 선생님들한테 밀릴까 봐 걱정돼서 1지망을 수정하게 되면, 제가 나중에 너무 후회할 거 같아요. 그래서 혹시 1지망으로 쓴 여중으로 발령 못 받는다 해도 일단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1지망 써서 신청서 제출 하고 싶어요.

  교감선생님: 그래, 후회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대로 쓰는 게 좋지. 그럼 이대로 교육청에 제출할 테니까 행운을 바라봐요 우리.

  나: 네 교감선생님 감사합니다.


   2022년의 겨울은 이렇게 내신 신청으로 분주했고, 2023년 2월 전교사 출근일이 되었다. 그날 교감선생님께서는 교육청으로 가셔서 2023년 학교 발령에 관한 서류를 받아 오셨다. 내신을 신청한 선생님들은 나를 포함해서 다들 1지망으로 쓴 학교로 되었기를 바라며 교감선생님의 발표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교감선생님께서는 나를 안아주시며(여자 교감선생님이셨어요^^) "모진영선생님 1지망으로 쓴 여중으로 발령 났어!!"라고 말씀하시고 나보다 더 기뻐해 주셨다. 나의 전근 학교를 들으신 교무실의 다른 선생님들도 나한테 잘 되었다며 좋아해 주셨다.


   2023년 2월 마지막 주부터 나는 새로 발령받은 학교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나의 첫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초석을 쌓아갈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그만큼 근무하면서 힘듦도 많이 따라왔었다. 지금은 내가 너무도 가고 싶어 했던 여중에서 근무하면서도 물론 힘들 때가 있긴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학생들과 있는 시간들이 재미있고 행복하다. 그리고 교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다들 너무 좋으셔서 '내가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건가? 늘 좋은 시간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앞으로 또 어떤 험난한 여정이 찾아오길래 지금 이렇게 좋은 건가?'라는 걱정이 미리 들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들 때마다 나는 매일 퇴근길에 마음속으로 외쳤던 말을 또다시 외쳐본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지금, 여기, 그리고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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