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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찰의 과정

Chapter Ⅳ 

    2021년에도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코로나와 별개로 2021년에는 나의 삶에 대해서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코로나 때문에 제약이 따르긴 했지만, 개인방역을 준수했기에 코로나에 감염되진 않았다.


   첫 번째 여행지는 강화도였다. 수도권에서 강화도는 대구에서 강화도까지 가는 것보다 가까운데도 나는 강화도를 그때까지 한 번도 못 가봤었다. 그래서 강화도를 시작으로 내가 한 번도 못 가본 곳을 2021년 안에 꼭 가보고 싶었다. 강화도 다음 코스는 천안 독립기념관이었다. 그리고 에버랜드, 서울  전쟁기념관, 해남 땅끝마을, 순천, 목포, 사천, 하동, 남해, 합천, 흑산도, 홍도 등을 둘러봤다. 이왕 여행 가는 거 우리나라의 최북단, 최서단, 최남단, 최동단도 찍어보고 싶어서 이것도 실행에 옮겨봤다.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타워, 최남단인 제주 마라도, 최서단인 백령도, 최동단인 독도 이렇게 동서남북을 누볐다. 독도는 날씨 때문에 입도할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60일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독도에 가는 날 입도를 못 해도 어쩔 수 없다 생각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독도에 처음 가는 날 나는 입도에 성공하게 되었다. 독도로 가는 배에서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어떤 사람은 독도 가는 배에 그날 여섯 번째로 탔는데 지난 다섯 번을 입도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 나는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어릴 때부터 여태까지 내가 집 학교 이렇게만 다녔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항상 하고 싶다고만 생각해 왔던 것들도 하나씩 해나갔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타 보고 싶었는데,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을 시작으로 짚라인, 실탄사격, 번지점프, 레일바이크, 2인용 자전거 등을 경험해 보게 되었다. 하나씩 할 때마다 진작 해 볼걸... 이런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하고,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게 되면서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성찰해 보게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정년퇴직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50살까지라도 내가 교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자연스레 '내가 50살이 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걸을 수 있을까? 앞을 볼 순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오래 머물러있진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지금 이 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여행을 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때마다 아무것도 몰랐던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의 해맑음이 나의 표정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나는 원래 참 밝은 사람이었는데, 세상을 살아가면서 본연의 밝음을 많이 잃어갔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나다움을 찾아가고 싶어졌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웃으면서 좀 더 밝게 살아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2022년의 첫 출근날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운 나로 다시 서고 싶었다.


   학교는 항상 3월이 참 바쁜 달이고, 나도 매년 3월마다 보름 이상을 밤 9시 이후에 퇴근할 만큼 바빴지만, 2022년 3월에 내 마음은 달라지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밝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통한건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여느 누가 봐도,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봐도 밝게 보이면서 어느덧 교무실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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