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신춘문Ye

해 vs 바람

by Ye



어느 날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해를 향해 바람이 찾아왔어요. 바람은 자기가 힘이 제일 세다며 해를 향해 으스댔어요. 해는 바람의 말을 듣고 발끈했죠. 둘은 옥신각신하다가 누가 더 힘이 센지 제대로 겨루어 보기로 했어요.



그때 마침 나그네 한 명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해가 말했어요. “길을 가고 있는 저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기는 쪽이 힘이 센 걸로 하자”



먼저 바람이 나섰어요. 바람은 나그네를 향해 입김을 불었어요. 나그네가 아무 반응이 없자 바람은 한 번 더 세게 입김을 불었어요. 그러자 이번에 나그네는 손으로 외투를 꽉 붙잡았어요.



바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대결 중단을 요청했어요. “여기 말고 다른 곳 가서 하면 안 될까?” 해는 당황했어요. “왜?” “터가 별로야. 여기 말고 홍대로 가서 하자!” 이렇게 말하는 바람의 눈이 어쩐지 번뜩였어요.



해와 바람은 홍대로 갔어요. 이번엔 해가 나섰어요. 해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뜨거운 햇빛을 비추었어요. 나그네가 “어? 벌써 여름인가?” 하더니 급하게 근처 옷 가게에 들어가서 외투를 사더니 외투 위에 또 다른 외투를 입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해는 충격받았어요.



그렇게 해의 도전이 끝나고 바람의 차례가 왔어요.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가 펄럭일 정도로 입김을 세게 불었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나그네가 외투를 훌렁훌렁 벗기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요?



해는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어요. 씩씩 대던 해는 바람의 멱살을 잡았어요.

“너 무슨 사기를 친 거야? 원래대로면 내가 이기는 게 맞는데!”

그러자 바람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어요.

“너야말로 사기꾼이지. 더우면 벗고 추우면 껴입는 게 당연한 건데 나랑 그걸로 대결하려고 해? 내가 괘씸해서 일부러 홍대로 왔다. 여긴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입는 패피들만 있는 곳이라고. 하하하!”

“너도 결국 똑같은 거 아냐? 자기 유리한 조건으로만 대결하려고 했잖아!”

해의 일침에 바람도 화를 참지 못하고 해의 멱살을 잡았어요. 둘은 서로에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어요. 그 바람에 홍대는 비가 왔다, 해가 쨍쨍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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