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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ul 08. 2020

문화는 조직을 어떻게 바꾸는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보고 쓰다

https://youtu.be/m36QeKOJ2Fc


  이번 학기에 새로 ‘경영학원론’이라는 수업을 배우면서 조금이나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다.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발전해나가는 ‘기업’은 문화나 제도, 그 외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는 그저 이론적인 내용을 배웠을 뿐이라, 나는 진짜 회사 내에서 조직 문화나 매니저의 영향, 외적으로는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 안정성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넷플릭스에서 어떤 다큐멘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무려 전직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가 만든 ‘아메리칸 팩토리’라는 다큐멘터리였다. 개봉 전 인터뷰에서 그들은 새로운 컨텐츠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킬지 고민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제화되는 사업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영상의 시작은 GM의 몰락, 그리고 그에 따른 공장 노동자들의 위기를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본사의 경영 위기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모두 실직할 위험에 처하지만, 다행히 자동차 전용 유리를 생산하는 ‘푸야오’라는 중국의 대기업이 공장을 인수하고 기존의 노동자들이 모두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들은 새로운 파트너들을 환영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여러 갈등은 둘 사이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회사의 내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미국 노조의 생성 여부까지, 다큐멘터리는 내내 미국과 중국의 문화는 여러 부분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실 조직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많은 직장인이 이직하는 이유 중 많은 사례가 조직 내의 문화 때문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 과제를 하면서 조직 문화가 기업과 직원 사이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기존의 은행에 있던 직원들이 카카오뱅크 같은 새로운 직장에서 파견 근무를 갔다가 아예 거기로 이직을 해버렸다는 사례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연봉이 조금 낮아져도 업무 강도가 낮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카카오뱅크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 나온 중국의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는 미국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회장은 미국 공장의 생산력을 증대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미국인 매니저들이 중국 본사와 공장의 근무 환경을 돌아보고, 중국 공장의 '훌륭한' 경영 노하우를 배워오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파견 갔던 매니저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주 6일 근무제에 사가(社歌)를 제창하고, 근무 시작 전에 모여서 군대 점호하듯이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미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안전 장갑 없이 날카로운 유리를 골라내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미국의 매니저들은 미친 짓이라며 연신 고개를 젓는다.



  이 장면에서 나는 중국의 노동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생각하며 ‘중국은 아직 한참 멀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는 그들과 얼마나 달랐는지 자문해보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시행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은 토요일까지 일을 나가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평생 열악한 환경에 박봉인 일터에 삶을 바치며 일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경영진의 시선에서는 최근의 변화들이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는 비용을 줄이고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그렇기에 사람 역시 자원으로 취급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들은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최근에 많은 시간의 노동이 최선의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점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지만, 적어도 중국의 기업문화는 그러한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른 행보를 보이는 듯하다.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지만, 경영진들은 이들의 시도를 무마하기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사람들이 노조 가입에 반대하도록 만들기 위해 추가 수당이라는 당근과 해고 위협이라는 채찍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피해는 늘어나기 시작한다. 어떤 직원은 매니저들이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들을 합법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가 불이익을 받기도 했고, 다른 이들은 심지어 근무 도중에 다쳐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게다가 중간급 매니저들은 노조에 찬성하도록 설득하는 근무자들을 비밀리에 파악해 일터에서 내쫓기도 한다. 공장에 찾아오는 지역의 하원의원은 계속해서 노조의 설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연설하지만, 갈등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영상 말미에는 푸야오의 회장이 이들을 어떻게 하면 진정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장면이 나왔다. 가난했던 그가 했던 고된 일을 통해 일궈낸 오늘날의 푸야오는 노동에 대한 그의 성실했던 일생을 대변하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시점에서 회장은 미국 공장의 성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중국은 개방정책 이후로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해냈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빛이 존재하면, 동시에 혹사라는 그림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발전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희생은 오히려 지속적인 성장에 해가 될 수 있으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어떨까? 중국이 성장을 위해 도약을 준비하던 시기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국가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시급이 올라가고, 여러 제약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기업들은 공장을 자국이 아닌 다른 곳에 짓고 인적 자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려고 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내 블루 칼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고, 기존의 러스트 벨트 지역이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회장은 공장에 로봇을 설치해 생산력을 올리려고 시도한다. 이런 문제 속에서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는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중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로 갈등을 빚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글로벌해지고 있는 사업 환경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기업과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노동자는 각자의 사정이 존재했고, 이는 내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가 없었던 이유가 되었다. 아마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이런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재밌는 점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탄생한 기업 ‘푸야오’가 대표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정권이 혐오해 마지않던 자본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고, 미국 공장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서 으레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어쩌면 조직 문화, 인사 관리, 생산 시스템이 포함된 경영학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다이어그램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산주의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무언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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