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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의 작은 즐거움>

맨발로 청춘

by 광주 이혜숙

맨발로 청춘

요즈음 백세시대에 건강을 지키는 방법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누구나 건강하게 사는 노년이 목표일 것이다. 맨발 걷기를 하고 있는 분들이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어떤 분은 몇 개월을 하니 혈압이 내려갔다고 한다. 모임에 가면 맨발 걷기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나는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맨발 걷기가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 동료가 군대에서 발병한 무좀으로 평생을 고생하고 수십 가지 약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다고 고충을 말할 때면 맨발 걷기를 한 번 해보라고 추천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차를 타고 담양 관방천과 용전 다리 밑에 있는 야구장에서 맨발 걷기를 했다. 집 주변에서는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요즘은 농로도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있어 옛날의 흙길이 그리워진다.

3주 전, 디지털 활용 교육을 받으러 S대학교에 갔을 때 건물 바로 옆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맨발 걷기 길을 찾았다. 15분 거리의 짧은 구간으로 50년 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교육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한두 시간 맨발로 걸었다. 물이 흥건한 곳에서 첨벙첨벙 발을 적시기도 하고, 종아리에 황토 팩을 하니 매끈매끈해졌다. 발가락 사이에 흙이 들어가 간지럽기도 했다. 진흙탕에서 신나게 놀고 나니 어린 시절 마당에서 흙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엄마가 달려와 손이 더러워진다고 못하게 해서 속상했던 마음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는 광주 서구청에서 “함께 서구, 맨발로 서구”라는 현수막을 걸고 제1회 도심 맨발 축제를 갔다. 숲 속 길에 마사토를 깔아놓은 맨발 걷기 코스가 조성되어 있었다. 서구청장도 참여했고, 맨발 걷기 회장의 강의도 있었다. 맨발 걷기 체조를 하는데 “돈 있으면 무얼 하나, 건강이 최고! 너도나도 건강세상 만들어보세! 원더풀, 원더풀, 맨발의 청춘.” 하고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맨발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마다 건강을 챙기려는 생각에 하나가 되어 모두 표정에 웃음이 가득했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맨발로 걷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전에 없던 꿀잠도 잘 수 있게 된다. 바쁜 일상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내 나이가 벌써 국가에서 인정하는 노인이 되어 버렸다. 이젠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상징적인 나이를 의미할 테니 ‘제2의 청춘’을 꿈꾸며 내 튼튼한 맨발로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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