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과 씨로 만나 듯 오늘을 만났다. 여름이 온 듯한 날씨였다. 뜨거운 햇살은 여름인 척 뻔뻔히 다가왔다. 매일 아침 날과 날씨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그러했다.
불편 1.
오전 10시 남산원에서 모이기로 했다. 카카오맵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갔다. 모대학 수위 아저씨(할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여긴 막다른 골목이고 아무것도 없으니, 반대방향으로 되돌아 올라가라"며 고함을 친다.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치응이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찾았다. 원래 카카오맵이 말하는 대로 따라갔다.
불편 2.
남산원 아이들과 함께 남산 도서관 옆 '안중근 기념관'에 갔다. 이곳을 수차 지나쳤지만 처음 들어가 봤다. 안중근 의사의 가계도가 있었다. 집안 친척들이 모두 독립운동을 한 분들이었다. 치응이와 안중근이 닮았다. 같은 순흥 안 씨였다. 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말했다. <하얼빈>에서의 저격은 필연적 운명이라고. 그의 아내 김아려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안중근의 위업 이후에 남겨진 모든 고통과 박해는 남겨진 아내의 몫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중근 기념관을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불편 3.
오늘 나의 주 임무는 사진촬영이었다. 남산원에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했다. 한 아이의 눈동자를 보고 눈물이 났다. 아이의 눈은 맑았다. 슬퍼 보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눈빛이었다. 이 아이는 알 것이다. 자신의 부모가 자기를 버렸다는 것을. 적어도 한 명은 그러했을 것이다. 이 아이들은 18세가 되면 이곳을 떠난다. 떠나기 싫어하고 떠난 후에는 온전히 독립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똑 같이 공부하고 졸업을 해도 부모가 있는 집과는 다를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생모는 미혼모였다. 입양조건이 아이를 대학에 입학시켜 주는 것이었다. 양부모는 평생 모은 돈으로 잡스를 한 사립대학에 입학시켜 주었다. 잡스는 이런 사실을 알고 그 대학을 자퇴했다. 잡스는 복이 많았다.
이 아이들이 당당히 자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