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아홉)

나의 사랑은 업보입니다.

by 하루하루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다.

내 인생 아주 짧았던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가장 밝은 빛을 쬘 때 뒤로는

가장 짙은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을.

내가 다복이라는 생명체를 사랑하기 이전

나는 동물은 냄새나고 더러운.

움직이는 세균덩어리.

그리고 하나 더.

실험체.



내가 모르고 외면했던 짙은 그림자.



오늘 자주 들여다보는

반려동물 액세서리 가게

sns에 동물 실험에 관한 의견을 구한다는

공지가 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듣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다시 할 수 없어진.

동물 실험.



커스텀 항체를 주문받아 그에 따른

알맞은 동물을 선택 후 실험동물 회사에 오더를 낸다.

한 마리로는 안된다. 언제나 실패는 있으니.

계회표를 짠다. 마지막 인젝션에 부스트샷까지.

사이사이 채혈 후 역가측정을 한다.

최후에는 goat까지 실험하며

일반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을 마스터했다.

이때의 나는 나를 보며

소리 지르는 토끼들을

바라봐도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런 내가 다복이를 키우면서

잊혔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이제야 실험실 그 아이들도

살아있는 생명이었다고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뒤늦게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 순간 무서워졌다.

다복이 예방접종 맞을 때마다 내 심장이 쿵

내려앉는데..

나는 그 동물들을 어떻게 대했더라?

많이 아팠겠지..



물론 제약, 화장품 등 동물실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쉽게 반대를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생명이 소중하기에 이제는

마음 아프다고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최소한의 고통을. 최소한의 실험을.

최대한 빠른 죽음을.



내가 가진 것 중에 최고는 다복이다.

(인간인 남편 제외!)

그리고 사랑만큼 커지는 미안함, 씁쓸함

그리고 죄책감은 나의 업보다.



사랑만큼 커진 업보를 마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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