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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Mar 27. 2024

엄마와 블라우스

발표작_ 22.3




날이 너무 좋다

아무렇게나 옷을 걸치고 나온다

정겨운 시장 길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자유로움은 나무에 걸쳐 놓은 봄 같으니


꽃 화분이 놓인 인도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남다른 옷맵시를 자랑한다

빨간 원피스, 노란 가방

오호, 예쁘다


할머니 뒷모습에서

고향, 우리 엄마가 보인다

읍내 오일장

분홍색을 좋아하는 울 엄마가

블라우스를 샀던 날,

비싼 것도 아니고 오천 원 하는 옷

얼마 못 가서 해져 못 입던 옷은

당신 옷이라고 오래 벼루다가 산 옷이었다


돌아오는 내 손에는

꽃 송송 박힌 블라우스 하나가 들려 있다

머리 위로 까치 한 마리가 노래한다


봄바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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