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어서 이른 시간 경주 가는 기찻길에 올랐다.
맨 처음 경주에 갔을 때가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였다. 그때 수학여행지는 대부분 경주였고 경주 불국사는 필수적으로 다녀오는 곳이 되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또 중간에 내려서 환승하고 4~50분 정도 가니까 문무대왕릉이 있는 대왕암해변에 도착했다.
신라 문무왕의 수중왕릉. 대왕암과 대왕바위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원 기도 명당으로 알려져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저 멀리 보이는 문무대왕릉. 처연하게 갈매기가 날고 있다.
모래해변에 갈매기들이 얼마나 많이 앉아 있는지, 푸드덕푸드덕 난리도 아니었다. 방문객들이
던져준 먹이에 떼로 날아다녔다.
살아있는 물고기로 방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방생의 뜻은 사람에게 잡힌 생명을 놓아주는 일.
잡은 물고기로 방생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어느 민물에서 키운 물고기일까 생각이 들었다.
파도가 세차게 일었다. 민물고기가 저 깊은 바다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염려도 된다.
먹이가 부족한 생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방생이라고 들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새우깡 세 봉지를 샀다.
부스럭하고 뜯는 순간에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갈매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어이쿠'
떼로 몰려오니 순간 겁이 났다.
조심스레 새우깡을 숨기고 몇 발자국 걸었다. 녀석들이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품에서 새우깡을 꺼내고 백사장에 휙 몇 번 뿌렸다.
정말 일초도 안 걸렸다. 새우깡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끼룩하면서 갈매기들이 모여들고 근처에 있던 까마귀들도 깍 깍 하면서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몇 번 왔다 갔다 문무대왕릉을 향해 기도를 하고 백사장을 거닐고 사진을 찍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조용하다. 걷다 보면 저절로 잡생각이 사라진다.
기차역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내리고 하는 여정이 힘들었지만 이곳에 오니 눈 녹듯 사라졌다.
끼룩끼룩 소리와 쏴아아 하는 파도소리와.
돌아오는 기차에서 잔잔히 몰려오는 졸음이 좋았다.
근데 조금 염려스러운 게, 내가 빌었던 소원이 너무 많았다는 것. 들어주시려나
내가 욕심이 과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