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고 낙엽이 많이 쌓이는 계절이 왔다.
어머니가 해주신 손칼국수가 생각나서 가까운 재래시장에 손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한 그릇, 오천 원.
멸치 냄새가 나는 국물에 투박한 면발이 정겹다.
시장에서 파는 손칼국수는 유명한 식당처럼 맛이 정말 훌륭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고향의 맛이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아도 자꾸 끌린다. 소박함에 끌린다.
맑은 국물에 울퉁불퉁 면발, 얼갈이배추 쫑쫑 썰어 넣은 칼국수.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양념장 한 스푼과 오이고추로 쌈장을 찍어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어머니는 콩가루로 반죽을 해서 칼국수를 하셨다. 진한 멸치 육수에 기와 담장 여기저기 달려있는 둥근 호박을 따서 감자와 함께 듬성듬성 썰어 넣었다.
마당 한쪽, 흙으로 빚은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워 무쇠솥에 칼국수를 넣어 보글보글 끓이셨다.
없던 시절이라 수제비와 칼국수를 자주 먹었는데 어떤 날엔,
"또 칼국수야!"
어머니께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땐 그렇게 소중한 맛인 줄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 그립고 소중하다.
세월이 지나서 엄마라는 이름이 되니까 그때 조금 더 맛있게 먹고 고맙다는 말을 해드릴걸 하고
후회가 든다.
손칼국수와 함께 먹는 추억거리가 또 있는데, 바로 국화빵(풀빵)이다. 초등학교시절, 학교 앞 국화빵이 너무 먹고 싶어 입맛만 다시다가 온 적도 있었다.
국화빵 한 봉지. 여덟 개 이천 원. 금방 구워낸 따끈한 국화빵. 한 개 먹으면 마음이 왠지 따뜻해진다.
시장에 가면 손칼국수와 국화빵은 꼭 사들고 온다. 그게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오늘도 풍족한 하루였음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