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뭘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빡세게 산다.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서 극한의 효율을 추구한다.
한 살이라도 빠르게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고
한 시간이라도 아껴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 인생에 쓸 데 없는 것들은 다 들어내고,
쓸 데 있는 것들로만 가득 채우려고 노력한다.
우리 삶을 전부 쓸 데 있는 것들로만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쓸 데 없는 것들이 차지하고 있고,
쓸 데 있는 것들은 그중에 일부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고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건,
하늘이 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이 빈 공간인 하늘에 별들이 떠 있기 때문에
별이 빛나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별로만 가득 차 있으면 다 타 없어져 버린다.
밤늦게라도 밀린 빨래를 개는 것
봄꽃이 피는 주말 오후에 동네 산책을 하는 것
강아지와 놀아주는 것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만화책을 다시 찾아 낄낄거리면서 보는 것
모두 쓸 데 있지는 않지만, 쓸 데 없지는 않은 것들이다.
쓸 데 없는 일들이 쓸 데 있는 것을 계속할 원동력이 되어준다.
삶이라는 탑이 무너졌을 때,
쓸 데 있는 것들부터 필사적으로 다시 세우려고 하면 좌절감이 더 커진다.
그러기엔 힘이 부칠뿐더러,
삶이라는 높은 탑은 그 걸로만 쌓아 올릴 수 없다.
쓸 데 없는 것들부터 다시 쌓기 시작하자.
그리하여 뼈대부터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쓸 데 있는 것들로 살을 붙이기 시작하면
무너지기 전보다 더 튼튼한 탑을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