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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ul 13. 2022

연연하지 않는다.

집착과 사랑

집착은 나를 위해 행동하고,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행동한다.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적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라고 어학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즉, 지독한 집착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집착을 당하는 상대방은 과연 상대방이 주는 사랑의 다른 형태로 인정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그랬다면 그건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 되었을 것이다.

집착은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지 못해,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상대방의 의사 따위는 무시하는

행동이다.

반면에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 것인지 마음에서 우러나오기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가끔 주변에 보면 집착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 자식, 친구, 연인, 부부간의 모든 형태는 사랑이라는 큰 범주안에서 인간 간의 관계를 맺고 행동하고 생활한다.

그 과정에서 가끔 의사소통의 오류를 불러일으키지만 사랑이라는 형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첫째 딸이 4살쯤이었다. 눈에 작은 다래끼가 생겼다.

안쓰러운 마음에 여기저기 병원을 다녀봤지만 안과 선생님의 공통적인 의견은 그냥 두고 찜질하다가 혹시 커지거나 많이 생기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엔 수면마취를 하고 눈에 있는 다래끼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나의 뇌종양 수술 때는 울지도 않았다. 덤덤했다.

그런데 30분~1시간가량의 간단한 수술인데도 수면마취를 하며 잠드는 아이를 안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수술 후 4년 동안 다행히 다래끼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배우자는 예방차원에서 하루에 3번씩 눈 찜질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캠핑을 가든 여행을 가든 상관없이 하고 있으니 어마한 모정과 대단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건 사랑일까? 집착일까?

가끔 아이는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묻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의 배우자는 아마 계속할 거니까...

처음에 나는 와이프에게 아이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했다.

아이의 마음보다 그렇게 해야 본인의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착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가끔은 집착과 사랑 사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선이 있거나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땐 나는 "연연하지 말라." 말한다.

그게 그 말인 것 같지만 사실 말이라는 것 때에 따라 쓰는 것에 따라 똑같은 의도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집착이란 말은 때론 가혹하기도 하다.

그래서 대체할 수 있는 말을 찾은 것이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연연하다."라는 말 자체의 의미로 보면 집착과 미련을 갖는 것이라 하지만 느낌으로는 집착보다 미련에 가까운 것 같고 연연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심리적으로 어떤 상황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수준에 이르러야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포기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행동을 과하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과하지 않게 하면서 마음적으로는 편한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관계에 가끔 힘들어하는 주변에 다른 사람들을 보면 사실 보고 나면 별것 아니다.

연연하지 않는 순간 모든 것이 편해진다.

요즘 나도 사람 간의 관계와 일에 대해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집착했었다. 모든 것을 잘하고 싶었고 잘 지내고 싶었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원했는데 사실 내 마음이 그런 것이지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6월 뇌종양 수술에 이어 이번에 감마나이프 수술을 하면서도 내가 그렇게 모든 상황과 관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을 더욱 느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주변에도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할 예정이다.

"우리 이제부터 연연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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