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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Feb 19. 2023

이 겨울 끝내기 전 정리하는 제주 여행 2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합니다. 3시 15분, 날씨를 보니 오늘도 흐림입니다. 일출 시간은 아침 7시 45분,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엎드려서 스마트폰에 담아 온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종이를 넘기는 맛은 없지만 아쉬운 대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그만입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5시 반, 샤워를 하고 카메라 가방을 챙깁니다. 커튼을 열어 하늘을 보니 일출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을 나서 광치기 해변으로 향합니다. 어두운 도로에 차를 주차하고 해변으로 내려서니 이미 여러 사람들이 바다를 향해 서있습니다. 하늘은 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환하게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파도는 거칠고 바람은 드세게 달려 들어 카메라를 든 손이 얼얼합니다. 일출 시간은 넘겼는데도 해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가 밝아 오면서 이미 해는 수평선 위로 올라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광치기 해변을 열심히 담아보기도 하고, 200mm 망원으로 숨을 참으며 장노출을 촬영해 보기도 합니다. 어제 봄날 같던 날씨는 어디로 갔는지 손가락이 아릴 정도입니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 오더니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잠깐 비춥니다. 완벽한 일출은 아니지만 잠깐 비추는 햇살이 너무 반갑습니다. 구름 사이로 빛내림에 셔터를 눌러봅니다. 

‘런 온’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니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합니다. 해가 좋은 날 어디로 갈 까 고민하다 ‘별방진’이 있는 ‘하도’로 향합니다. 별방진 방향으로 향할수록 하늘은 더욱 맑아집니다. 별방진에 차를 세우고 성곽에 있는 마을을 둘러봅니다. 제주도만의 색과 형태를 지닌 집들이 보입니다.  

한 시간여를 마을을 산책하다 차에 올랐습니다. 저녁부터 눈 소식이 있더니 날씨가 갈수록 추워집니다. 바람 많은 제주도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심한 바람이 몰아칩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카페인 ‘치즈 태비’라는 곳을 찾아 월정리 해변으로 향합니다. 버려진 작은 교회를 카페로 바꾼 곳인데, 주인장의 음악 선곡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곳입니다. 

감녕 해변에서 방파제를 넘는 파도에 몇 번 옷을 적시며 거센 파도를 촬영합니다. 거센 바람에 동영상을 촬영하는 손이 흔들려서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습니다. 언 손을 마구 비비며 카페를 찾아서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햇살은 강렬한데 바람은 드세고 기온은 차갑습니다.

카페는 주인장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구석구석에서 보이는 감각과 사소한 것들조차도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가득합니다. 이곳저곳을 촬영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카페를 나와 차를 세워 둔 곳까지 걸어가며 마을을 구경합니다. 햇살이 참 곱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반영사진으로 유명한 ‘방주교회’입니다. 맑던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뭐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입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방주교회 앞의 반영은 촬영하기 힘듭니다. 잠시 고개를 내민 해에 부분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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