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사진을 촬영할때도, 하고 나서 제목을정할때도 자연스럽게 ‘귀천’이라는 느낌이 떠 올랐습니다.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해서, 제가 대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려 했던 느낌들을 간단히 적어 보겠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귀천. 천상병>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세 가지 시각적인 사진요소에 집중했습니다(설치미술 원작자의 의도는 전혀 모릅니다만).
첫 번째는 곡선으로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천입니다. 사진 속 하늘거리는 천은 우리 삶이 유약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천이 가볍게 떠 있는 모습은 마치 허공을 부유하는 영혼이 연상됐으며, 천의 반투명한 특성은 생과 사, 물질과 영적 세계 사이의 얇은 경계를 느끼게 했습니다. 여기서 천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천 위의 원형패턴입니다. 천 위에 나타나는 흰색 원형 패턴은 원이 가진 디자인적 속성상 완전함이나 영원함을 상징합니다. 원형은 시작과 끝이 없음을 나타내며, 이 형태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생과 사의 순환, 즉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암시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 번째는 프레임 우측에 희미하게 투사되고 있는 흑백 영상입니다. 사진의 한쪽 구석에 은은하게 투사된 영상은 현세의 삶과 떠남을 암시하며, 저는 이 영상이 왠지 상여 행렬처럼 느껴졌습니다. 영상 속 인물들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삶의 흔적들로, 희미하게 보여지는 인물들은 삶의 여정들이 (곡선의 하늘거리는 천과 더불어)결국은 하나의 큰 흐름 속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삶의 순환과 덧없음, 그리고 영원함.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본질적인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귀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