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왕자 aka C FLOW Nov 12. 2020

경사로와 계단

누구나 환영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두 사진의 공통점은 내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경사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상징과 의지를 보여주지만 사진의 경사로는 이와 반대다. 너무 높고 가파라서 오를 수 없는 계단과 같다.

성남시 대부분의 보행로는 평탄치 않다. 굴곡과 언덕이 심하고 기울어져 있어 이동조차 어려운 구간들이 많다. 경사로가 있어도 계단처럼 느껴진다면 사진 속 푯말의 'Everyone Welcome'에 속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복된다.

나도 주목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경사로 위를 오르내리며 능숙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인식개선이고 비차별을 위한 숭고한 투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차별을 경험해도, 내가 Everyone Welcome에 속하지 못해도 지나치고 싶을 때가 더 많다.

분노할 때 나의 모습이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적 분노로 몸부림치는 것 처럼 주목받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게 클레임해서 바뀌더라도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진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은 장애가 있어 환영받지 못해도 분노하지 않는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평화로워 보이는 야탑동의 잔잔함을 깨트리는 사람으로만 보이는 것 같아 지친다. 나의 관심이 모두의 관심이 아니기에, 장애 비장애를 떠나 관계, 상황 속 배제를 모두가 경험하기 때문에, 세상은 그런데 '너만 왜 그래' 라며 나를 주목하는 것만 같다.

'여기 아니면 갈 수 없어요'라는 절박함도 없다. 저기를 못 가면 다른 곳을 가면 된다.

이전 18화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