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걷지 않았고, 운동도 잘하지 않았다. 휴일에 집에 있는다고 하면 아마도 500걸음도 채 걷지 않았다.
대부분 침대나 소파에 앉아있거나 밥도 잘 먹지 않고 그냥 가만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때가 많았다. 그러니 산책도 잘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암환자들은 걷기를 열심히 한다.
내 몸에 암이 있다는 것을 알고 2주 후에 위절제수술을 했다. 수술한 날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몸의 회복을 위해서 걸었다. 그때부터 나는 매일 걷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걸었다.
어느 암전문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살려면 걸으세요" 나는 살려고 걸었다. 걸어야 소화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도시락을 쌌다. 그리고 공원으로 산림욕장으로 남편과 먹기 위해 걸으러 갔다.
그것도 열심히 걸었다. 열심히 걸었지만 쉬는 것도 열심히 쉬었다. 밴치가 많은 공원을 자주 찾았다. 위암수술을 하고 돌아온 뒤 공원을 걸으며 모든 밴치에 앉아 쉬었던 기억이 난다. 15분이면 지나갈 길은 2시간이 걸렸다. 쉬고, 조금 걷고, 다시 쉬거나 낮잠을 자기도 했다.
수술을 하고는 몸의 회복을 위해서 걸었고,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큰 수술로 음식물을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나의 위를 돕기 위해서 걸었다.
소화기 암을 경험하고 수술을 한 암환자들은 음식을 먹는 것이 정말 큰 일이다. 나도 3달이 지나서야 먹는 것들이 편해졌다. 먹고 나면 소화가 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아팠다.
항암약으로 체력은 바닥이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먹는 음식들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식은땀이 나고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산책을 했다. 천천히 걸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걷는 모양새였다.
걷다 보면 조금씩 몸이 펴지고, 트럼이 나고, 걸음걸이에도 힘이 생긴다.
음식을 먹고 나면 위암환자인 나의 경우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식은땀이 나면서 위가 힘들고 온몸이 힘들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식사 후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이었다. 그럼 걷는 동안 소화가 되고 덤핑과 위경련도 심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음식에 욕심내지 않고 적당히 좋은 방법으로 천천히 먹는 것이고, 다음이 걷기이다.
그럼 식사 후 부작용과 혈당스파이크 등을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
위절제수술 후 먹을 수 있는 음식양은 작았다 그래서 걷다 밴치에 앉아 준비해 간 도시락을 조금 먹고 쉬었다. 걸었다. 그렇게 걷다 먹고, 먹고 걸었다. 지금도 식사 후에는 걷는 날이 많다. 나의 일상에서 걷기는 자연스럽고 익숙해졌다.
걷기 실천
암수술을 했다면 병실복도가 좋은 걷기 장소다. 조금이라도 체력이 된다면 병원에서도 열심히 걷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식후 걷기
암환자의 식후 걷기는 혈당스파이크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암환자는 당관리를 해야 한다. 암세포는 당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식후 30분 정도 걷기를 추천한다.
일상에서 조금씩 나눠서 걷기 - 나는 버스 2~3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걸어간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에도 걸어서 갈 수 있는 마트로 가고 쇼핑한 물건이 많다면 배달을 한다. (매일 신선재료들을 조금씩 사기 때문에 매일 마트를 걸어서 간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카페를 갈때도 걸어서 간다. - 나의 몸 컨디션에 따라 카페는 거리를 생각해서 선택한다. 지금은 버스 3정거장 거리의 카페로 걸어서 다닌다.
암수술 후 처음엔 하루 1000걸음부터 목표로 잡고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 8000걸음을 목표로 걷는다.
(연구자료에 의하면 8000보~10000보가 적당한 걷기라고 했다)
스트레스받지 않기
목표로 정한 걸음을 일상에서 나누어서 걸으려고 한다. 한 번에 많은 걸음을 걸으려면 힘들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걸어서 이동하거나 식후 걷기 등을 하면서 하루에 여러 번 나누어서 걷는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쉬거나 조금만 걷는다.
*나의 경우 피로도가 있는 날이나 생리가 있는 날에는 몸의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걷기를 조정한다.
기록하기와 나를 돌보기
걷기가 습관이 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특히 암을 만나기전의 나와 같이 걷거나 산책, 운동을 하지 않은 경우는 더욱 꾸준함이 힘들 수 있다.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좋다. 나는 인*타에 걷기를 매일 기록한다.
목표를 이룬 날은 성취감을 느끼고, 목표걸음을 이루지 못한 날은 다음날에 잘하자 응원한다. 내 몸을 잘 돌보면서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