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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Mar 31. 2022

스페인 작은 도시에 정착하기. 02화

02화. 설레는 도착. 그러나 머나먼 그곳......

인천에서 파리까지 꼬박 11시간 정도 소요되는 비행기를 탄 뒤에 다시 파리에서 바르셀로나까지 3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올 때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피레네 산맥은 3월임에도 산봉우리에 눈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공항마다 비행기 탑승 전에 PCR 서류를 확인하였고 공항 및 비행기 내 모든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다.

그런데 한 가지 한국과 다른 점은 우리는 KF94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외국 사람들은 대부분 단순 비말 제거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어? 이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나? 어떻게 저런 마스크를 쓰고 있지?"


장시간 비행과 시차로 인해서 피곤한 것도 있었지만 인천공항부터 바르셀로나 공항 도착까지 계속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는 불안감과 낯선 곳에 도착해서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가야 한다는 압박이 피곤함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토요일 낮 12시를 조금 넘겨 목적지인 바르셀로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시 최종 목적지에 가려면 육로로 이동을 해야 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바르셀로나가 아닌 차로 1시간 정도 가야 하는 'MOO'라는 도시였다.

MOO는 인구 7만 정도가 사는 작은 시골 도시며 바르셀로나 위성 도시 같은 곳이다.

왜 MOO에 오게 되었는지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2월에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이 도착하려면 한 달 정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서 캐리어에는 이불, 라면을 포함한 각종 한국 식재료, 마스크와 의류가 가득 차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MOO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자세한 정보도 없고 대형 캐리어와 손가방을 들고 다시 기차를 타고 이동할 자신이 없어서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내하고 대형 캐리어 4개와 대형 손가방, 그리고 배낭을 둘러메고 공항에서 한국분을 만났다.

바르셀로나에서 관광업에 종사하시는 교민이라고 소개를 받았고 다시 차에 짐을 싣고 1시간 정도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이동하였다.

낯선 곳에서 한국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차 안에서 스페인 현지 생활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 갔다.


한국에서 가져온 대형 케리어


대화 중간중간 차 창밖으로 보이는 스페인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유럽 모습이 아니었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고성 건물이 나열되어 있고, 하천변에 노천카페가 널려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낡은 시멘트 건물과 외곽 지역의 공장 건물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1시간 정도 차에 몸을 싣고 도착한 임시 숙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에어비엔비에서 임시로 머물기 위해서 2주 정도 예약한 곳이다.

평점이 나름 괜찮았고 가성비가 좋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숙소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3층 높이 건물에 위치한 원룸이었고 불행히도 그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 있었고 에어비엔비 광고에서 보던 사진과 달리 건물 밖은 매우 낡아 보였다.


그리고 또 문제는 에어비엔비 규정상 3시 이후에 입실이 가능한데 우리는 2시에 도착했다.

운전을 해주신 교민 분이 집주인과 전화 통화를 했고 사정을 얘기했지만 숙소 청소 중이라 빠른 입실이 안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우선 급한 마음에 짐이라도 우선 숙소에 맡겨두기로 했는데 30 키로에 가까운 대형 캐리어 4개를 3층까지 옮겨야 하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운전을 해주신 사장님에게 숙소 앞에 짐을 내려주면 우리가 알아서 옮겨 보겠다고 했는데 낯선 시골 동네에 우리만 남겨 놓고 가기가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결국 짐을 같이 옮겨 주셨다.


숙소 계단은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넓이여서 부피가 큰 캐리어를 들고 옮기는 것이 고역이었다.

캐리어 4개를 3층 높이까지 사장님과 앞, 뒤로 붙잡고 젖 먹던 힘까지 낑낑거리며 겨우 숙소에 캐리어를 옮길 수 있었다.

너무 고생하신 'B 투어' 사장님. 

고맙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에 당초 금액보다 팁을 드렸는데 한사코 안 받으려고 하다가 내가 완강하게 받아 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겨우 받아주셨다.


사장님께서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르는 중년의 한국 부부가 캐리어를 끌고 시골 동네에 무작정 왔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답답하게 생각하셨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무모했던 상황이었다.

나중에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되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대부분 건물은 준공된 지 오래된 건물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크기가 매우 작아서 성인 한 명이 겨우 탈 수 있는 정도이며 부피가 큰 짐을 옮길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는 임시 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캐리어를 옮기느라 소진된 체력과 장시간 이동으로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잠시 한 숨을 돌리고 주변 상황을 점검했다.

예약한 임시 숙소는 원룸이었고 더블 침대 1개와 2인용 소파가 있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냄비 및 접시, 작은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모니터 크기만 한 작은 TV가 전부였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둘러 쌓인 낡은 건물과 파란 하늘이 전부였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과 파란 하늘


바깥 정보도 모르고 마땅히 장을 보기도 어려워서 그날 저녁 식사는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으로 해결했다.

이렇게 스페인에서의 첫 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둘 다 너무 피곤하여 이내 잠이 들었다.




3월의 스페인은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시차와 바뀐 침구류로 인해서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추위로 인해서 새벽에 잠이 깼다.

한국에서 가져온 담요를 추가로 덮어보았지만 추위를 해결할 수 없었다.

숙소에 설치되어 있는 부실한 전기 라디에이터를 최대로 틀어보았지만 창문으로 스며드는 냉기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음 날 한국에서 가져온 수면 텐트를 추가로 설치했다.

한국에서 아들 녀석한테 사준 수면 텐트였는데 이게 스페인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수면 텐트가 추위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었지만 그나마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수면 텐트

 

아내는 임시숙소가 맘에 안 들어하는 눈치였다.

무엇보다도 동네 분위기가 너무 외진 곳에 있다고 불만이 많았다.

사용할 수 있는 조리 기구도 너무 낡았고 부족했다.

침대는 많이 불편했고 매일 밤마다 추위와 전쟁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빨리 우리가 앞으로 머물 안정된 숙소를 원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숙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다음 글에 이어가겠다.


이렇게 이름도 잘 모르던 스페인 시골 작은 도시에 도착을 했다.

공항에서 이곳 도시로 올 때 교포 사장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은 너무 여유가 없습니다. 이곳 스페인은 너무 여유롭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이라고 하는 겁니다. "


나도 늘 여유로운 해외 생활을 꿈꿔왔기 때문에 이 말이 처음에는 좋게 들렸다.

하지만 이곳의 너무 여유로운 생활 문화 때문에 다가올 고생을 예측하지 못했다.

 

- 03화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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