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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덕 Oct 24. 2021

'건강한 요리'가 일상 속 취미가 되다

먹고 사는 건 중요한 문제니까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요리 재료를 손질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반조리식과 냉동식품, 배달 음식이 풍년인 시절, 시대를 거슬러 신선한 원재료를 사서 일일이 씻고 자르고 볶고 익힌다.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포함된다.


© claybanks, 출처 Unsplash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지루하기도 하거니와, 식탁에 결과물로 보이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그닥 하고 싶지 않은 노동이 되기 십상이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매주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반복해야 하듯, 우리는 매번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일상을 살아야 한다.


재활용과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는 일,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빠는 일만큼,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허드렛일이 되어 자꾸만 뒤로 밀린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식생활은 엉망이 되어 있었고, 과정을 생략한 가공식품을 몸속에 넣는 행위가 첨가물 범벅인 쓰레기를 몸에 쏟아붓는 것과 같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가공식품을 최대한 줄이고 인공 조미료 등을 자제하는 식생활, 결국은 집밥을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그냥 눈 딱 감고 현실과 타협해 편하게 살던 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자녀가 있는 이들은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아이가 '응애'하고 세상에 선물로 온 그 순간 우린 맹세한다. 그 조그마한 발가락을 간지럽히면서 온 맘을 다해 너를 지켜주겠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얼마나 까탈스럽게 재료 하나하나 선정해가며 이유식을 만들었던가. 좋은 걸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 juanman61, 출처 Unsplash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의 몸은 그때만 소중한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 마음을 담고 삶을 살아가는 신체는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다시 세팅하기로 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이왕지사 즐겁거나 보람 있거나 행복해야 할 것 아닌가.




나를 탐색하며 먹는 행위와의 공통분모를 찾아본다.

나의 MBTI는 INFJ. 매사에 "의미"를 찾는다.

나의 취향은 미적인 것을 탐닉한다. 색의 조화는 감각을 일깨우는 행복한 자극이다.

그래. 그럼 색깔이 조화로운 아름다운 식탁을 나와 내 가족, 이웃들에게 선사해 보자.

게다가 건강은 얼마나 중요한가. 건강을 잃으면 그 순간 모두 다 잃는 것이 아닌가.





건강한 재료로
아름다운 식탁을 만들자 



그렇게 나의 취미 생활이 시작되었다.


 "건. 강. 한. 요. 리."


요 몇 달간의 취미 생활을 소개해 본다.



요거트 볼



코로나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가장 자주 먹는 하루 한 끼가 요거트 볼이다. 원하는 과일과 견과류를 곁들이면 되기에 정말 간단한 한 끼이다. 우리 집은 수제 그레놀라를 항상 만들어 둔다. 요거트도 집에서 만드는데, 달지 않고 보존제 등의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수제 그레놀라 대량 생산^^ 이렇게 만들어 두면 2주는 든든하다.




크림 파스타. 



이것도 요거트 만들려고 사둔 우유가 남아돌 때, 냉장고 채소들을 모두 불러 모을 수 있는 간단 요리로 우리 집 식탁 단골 메뉴다.




참나물 샐러드 국수.



한여름이 되기 전, 봄에 참나물이 한창일 때 자주 해 먹었던 참나물 샐러드 국수. 간장 참기름 마늘 올리고당 등 기본 한식 양념을 응용하면 동양적이면서도 이색적인 국수를 만들 수 있다. 당연히 컬러는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다.




유기농 통밀과 흑미를 섞어 반죽한 발효빵.



빵에 대한 여러 가지 설들이 분분하다. 밀가루가 이슈인 여러 가지 이유 중에는 흰 밀가루를 만드는 과정 중에 몸에 좋은 비타민 미네랄이 소진되어 칼로리만 남아 건강하지 않다는 것도 포함된다. 글루텐 이슈는 차지하고, 백설탕, 백미와 함께 우리 건강의 적인 셈이다. 그래서, 빵을 집에서 종종 굽는데, 무조건 유기농 통밀을 사용한다. 반죽은 제빵기의 도움을 받는다. 



유기농 통밀 모닝빵



요렇게 자그마한 반죽이 팬을 가득 메울 정도로 부푼다.




발효빵을 만든 날은 이렇게 브레드 뷔페 상을 차린다. 



색깔은 화려하고 예쁜데, 한식 밥상보다 훨씬 간단하게 차릴 수 있다는 비밀이 숨어 있다.ㅋㅋ



무화과가 한참 제철이라 무화과 샐러드를 빵 뷔페 상에 올린다.






요건 집에서 만들어 본 당근 케이크. 



가족들 생일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당근 케이크는 평소엔 이렇게 화려하지 않다. 그저 당근과 호두가 잔뜩 든 건강한 모습 그대로인데, 이날은 특별히 크림치즈 프로스트를 올리고 얇게 썬 당근으로 작은 당근을 조각해 장식해 보았다. 초등학교 교실 미술시간 작은 조각도로 찰흙을 파고 오리던 추억을 도마 위에서 당근을 재료로 하면서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


"재밌다. 재밌다." 그러면 진짜 재밌어 지곤 한다.




크루아상 샌드위치.



손님들이 연거푸 오는 날엔 크루아상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는 단골 메뉴이다. 





라따뚜이.



가지 호박 토마토가 풍성한 계절엔 언제나 손님상에 인기 메뉴. 







시금치 가득 인도식 커리를 집에서, 빨락 빠니르.





며칠 전 김치냉장고에 방치된 단호박을 발견해서 호박죽을 한가득 끓였다. 



단호박 껍질만 까면 찹쌀 조금 넣고 뭉근히 끓이면 된다. 핸드 블랜더로 갈아주면 간단히 죽이 되니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 스마트한 조리기구들^^ 호박 하나를 까서 만들었는데 웍 한가득 양이다. 





뭔가 뜨끈뜨끈한 중식이 먹고 싶은 날 해물 누룽지탕과 입을 깔끔하게 만드는 닭 가슴살 오렌지 샐러드.






한꺼번에 모아 놓으니 풍성하다.

가족끼리는 간단하게 한 접시로 식사할 때가 많지만, 예쁘게 플레이팅으로 한상을 차리면 마음에 운율이 흐른다. 그러니 이 얼마나 괜츈한 취미 생활인가?! 꿩 먹고 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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