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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맨 Sep 24. 2019

몰운대 가는 길

갈맷길 4코스 2구간 중 낫개항~ 몰운대

2017년 10월 어느 날


연이어 동행이 함께 하는 길이었다. 지난번 두송반도를 걸을 때에 소년이 함께 했다면 이번에는 아내와 그 친구들이 동행이 되었다. 동행이 있는 길은 혼자 걷는 길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길은 달라지는 듯하다. 


작은 어촌 마을의 작은 골목길을 걸을 때 누군가가 "갈맷길에 이런 길도 있나 봐요?" 하고 묻는다. 갈맷길 하면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숲길을 생각한다. 하지만 길과 길이 이어지다 보면 도심길을 지나기도 하고 동네의 골목길을 지나기도 한다. 부산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고들 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고 한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거기에다 온몸의 피로를 씻어줄 온천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부산은 사포지향이라고 불리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수를 하나 더하여 오포지향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어찌 되었건 갈맷길은 바다, 산, 강, 호수를 끼고도는 길이고 그 길은 때로는 도심을 지나기도 하고 마을의 골목길을 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길에는 또한 역사가 숨 쉬는 곳을 지나기도 한다. 


몰운대에 가기 전에 먼저 화손대를 들린다. 화손대 가는 길은 작은 언덕을 넘어간다. 언덕 초입에 사스피레 숲 사이로 동굴 같은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보는 순간 모두들 입에서 "와!" 하는 탄성이 튀어나온다. 화손대 가는 길에는 내내 노란 머위털꽃과 연보라색 쑥부쟁이가 함께 했다. 가끔 홀로 핀 하연 구절초도 눈에 밟힌다. 홀로 가는 길은 홀로 핀 구절초에 비하고, 함께 걷는 길은 무리 지어 핀 쑥부쟁이에 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이 길은 구절초도 있고 쑥부쟁이도 있는 길, 하지만 아직 단풍이 여물지 않은 가을 길이었다. 


몰운대도 들린다. '구름에 잠긴' 몰운대를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 있던 정운 장군은 '몰운대'란 이름을 듣고 자신이 죽기에 좋은 곳이라 호방하게 말하고는 이 곳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길에는 다대포 객사 건물도 남아 있다. 부산에 남은 몇 안 되는 조선시대 객사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서 지방의 수령들이 매월 두 번 임금님이 계신 곳을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이른바 망궐례이다. 귀한 손님이 오거나 외국의 사신이 방문할 때면 숙소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여기서 연회를 베풀기도 했다고 한다. 


자연과 역사가 함께 하는 길 몰운대, 화손대의 절경은 아마도 낙조일 것이다. 다대포 바닷가에서 보는 석양도 유명하지만 화손대에서 바라보는 모자섬 너머로 지는 석양은 다대팔경의 하나라고도한다. 이곳을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것도 해질 녘에. 나는 마음속으로 기약 없는 기약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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