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카 타고 강의하는 엄마강사 인선화입니다.
반갑습니다.
한강공원에 도착한 건 대학원 수업이 끝난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올림픽대로엔 유난히 빛나는 한강조명이 반짝거리며, 내 심장을 강타한다. 황홀하면서도 허탈한 이 기분은 뭘까?
지금쯤 아들은 마지막 저녁을 먹었을 테고, 남편은 아들의 저녁을 치우며,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아들 걱정을 안해도 되는 저녁 목요일이다.
남편에게 늦는다고 연락을 하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을 목요일 밤이다.
곧 금요일이 되고, 아침까지 난 자유다..
네비게이션이 가르키는 길은 집. 핸들을 꺽어 한강공원을 향한다.
네비게이션 여성의 목소리에선 방향이 틀렸다 말하고, 화면은 빨갛게 반짝이다,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미안~ 오늘은 니말 안들어'
한강주차장을 돌다 트렁크 뷰가 좋은 곳을 찾아본다.
늦은 밤이라 그런가 주차장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캠핑카 트렁크를 열고, 조명이 너무 밝지도 않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가운데 자리에 주차를 했다.
적당히 사람도 있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다.
낮에는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을 계속 켜놨는데, 이 밤의 한강은 너무나 조용하고 시원했다.
사람 마음이 그런가?
유난히 여유있고, 행복한 마음에 설레기까지 한다.
곧 내일인데도,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게 뭐라고.."
카니발캠핑카 트렁크를 열어 조명아래 한강을 쳐다본다.
가볍게 뛰고 있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손을 잡고 몸을 밀착해 걷는 연인, 잔디에 앉아서 음료수를 먹는 사람. 이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부니, 아무생각도 안난다.
수납장에 놓인 조명을 하나 꺼내 켜 본다.
별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따뜻하니 운치있게 느껴진다.
자신의 소임을 다 하고 있는 조명을 보니 대견하고 예쁘다.
'이게 뭐라고..'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세어나온다.
시원한 공기에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자동차 전기 스위치를 키고, 전기장판 코드를 끼워 전원을 켠다.
온도는 5로 맞추고, 귀에 이어폰을 낀채로 잠시 누워본다.
무슨 감정인지 설명할 수 없다.
시원함, 허전함, 해방감, 외로움…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지나, 조용한 행복이 찾아왔다.
성시경의 발라드 음악을 들으며 콧노래를 따라 불러본다.
전기장판은 금새 등과 허리, 다리에 온기가 퍼트리고, 눈을 감은 채 이 순간을 즐기는 내가 멋지게 느껴진다.
‘이게 뭐라고…’
그 말이 자꾸 입에서 새어 나온다.
아이 둘을 다 키웠다.
둘다 성인이 되서 투표도 하는 나이가 되었다.
혼자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으로 주문도 할수있고,
핸드폰으로 음식도 시켜먹는다.
이젠 내가 없어도, 각자 끼니는 챙길 수 있다.
(둘째는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있고, 도움을 줄 사람도 곁에 있다.)
남편도 예전처럼 “밥 했어?!” 하지 않는다.
이제는 밥솥에 밥을 지어놓고, 내게 “밥 됐어”라고 조용히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간은,
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챙기고 관계를 꾸려가던 시간들과는
전혀 다른 무게의 시간이다.
혼자 있는 게 어색하지 않고,
연락이 오지 않는 게 불안하지 않고,
조금은 늦게 자도 괜찮고,
내가 나에게 시간을 줄 수 있는 게
이토록 특별한 일인지 몰랐다.
“아직도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아이를 키우느라,
가정을 꾸리느라,
교육사업을 하고 협회일을 하며
사명감으로 살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많은 선택을 했고,
수많은 부탁을 들어줬고,
때론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울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늘 '해야 하는 일'을 먼저 챙기고,
'나중에 나를 돌보자'고 미뤘다.
그게 바로 엄마의 삶이자,
50대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밤, 한강의 트렁크 속에서 조용히 느껴지는 건
그동안 내가 너무 애썼다. 고생했다. 잘 해냈다.라는 뿌뜻함.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게 살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선택과 집중이다.'
사람이 많다고 든든한 것도 아니고,
연락이 많다고 내가 소중한 것도 아니다.
진짜 나를 아끼는 몇 사람만 곁에 두고,
진짜 내가 원하는 일에 집중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짜 내가 원하는 ‘시간의 쓰임’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한달전부터 매일 100명씩 시간 날때마다 저장된 연락처를 삭제를 했다.
그렇게 카카오톡 친구 4,000명을 삭제하고,
그 안에 있던 이름들을 천천히 지워가며
나는 내가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젠 사람보다 ‘나’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물론, 가족은 여전히 나의 중심이다.
남편과 아이들,
지금까지 나를 지켜봐준 사람들.
시간이 흘러도 끝까지 남아주는 사람은
결국 가족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가족이 곧 나의 전부일 수는 없다.
내 삶도 나의 일부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 삶을 지키기로 했다.
트렁크를 닫기 전,
한강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잔디밭에 앉은 커플, 반려견과 걷는 사람들,
혼자 이어폰을 낀 채 걷는 누군가,
나처럼 쉼표를 찾으러 온 사람들.
그들 모두가, 오늘을 잘 살아낸 이들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도 그중 한 명이 될것이다.
50대의 나는, 아직 충분히 살아있고,
지금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때다.
" 잘 했어.썬~. 내일도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