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으로 4박 5일 전국 강의투어_엄니랑 나랑

내 나이 오십, 캠핑카를 샀다

by 캠강맘
오늘은 무조건 불멍이다!!


쿠팡에서 새벽에 배달온 새로운 화로대를 그냥 집에 갖고 갈 순 없다.

하지만 요즘 화로를 사용 못 하는 캠핑장도 있으니 잘 알아봐야 한다.

그렇다고 '노지'캠핑은 안된다.. 난 겁이 많으니 하면 안 되는 걸 할 용기는 없다.

안 되는 건 안돼


불멍이 가능하고, 엄니의 화장실이 가까우며, 이왕이면 풍경? 경치도 있으면 좋겠다.


부산에서 태어난 엄니는 바다를 매우 좋아하신다.

진주에서 출발하기 전 희망하는 캠핑장을 알아봤다.

그렇다고 비싸도 안된다.

8만 원이 넘으면 차라리 호텔이 낮다는 엄니의 잔소리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눼눼.. 찾고 있어요'


20개 캠핑장 중 엄니가 좋아하고, 가격은 합리적이며 불멍이 가능한 곳이다.



경남 남해군 상주은모래비치 오토캠핑장

당일 예약이 가능하다는 상담을 하고 난 뒤에야 제일 큰 일을 해결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우선 떡칠한 얼굴 먼저 씻어야겠다.

전문강사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내 속살을 철저히 숨기느라 화장품이 열일했다.

이제 내 본모습으로 돌아갈 때..


가까운 휴게실에 들려 얼굴을 빡빡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니 살 것 같다.

내 몸을 꽉 조였던 옷을 벗어던지고, 뱃살이 마음껏 활보하는 원피스 잠옷으로 갈아입고, 에어컨을 쫙쫙 틀고, 9020 노래를 들으며 콧노래 작열이다.


'핏..' 엄니의 실소가 터져 나왔다.

가느다란 눈으로 날 흘겨보던 엄니가 드디어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하하 내 딸이지만 너~ 너무 웃겨, 나사가 왕창 빠진 것 같아~ 하하하핳"

엄니가 좋으면 나도 좋다


20250702_161651.jpg


저 멀리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쿠아리움이라 한다. 너무 더워서인지 아직 휴가기간이 아니어서 인지 사람도 없고 한적하다. 나처럼 일부러 오지 않는다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다.


쉬지 않고 사진과 풍경, 내 모습을 계속 찍던 엄니가 잠시 의자가 앉으셨다. 뭐 하나~~ 봤더니.. 역시 가족과 엄니의 동생(삼촌, 이모)들에게 카톡으로 자랑하시는 중이다.



20250702_160626.jpg



그리곤, 잠시 후


" 응~~ 지금? 선화~~ 전국 강의 투어 중이라 ~~ 혼자 가면 무서우니까~~ 내가 같이 와 줬지~ 힘들어도 어떡해 같이 다니니 기분 전환도 되고, 새로운 세상 구경하니 괜찮네~"


이런 맛에 사시는 엄니,

내가 학교 다닐 땐 난, 공부 못하는 모범생이라 '엄친딸','엄친아들'을 둔 친구들, 친척들에게 기가 눌려 계셨다. 그 뿐인가? 딸 얼굴도 못 생겼다며 엄닐 닮은 오빠 손만 잡고 다니신 엄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평생교육원을 차린 뒤 전국으로 컨설팅, 회의, 강의를 하며 세상 구경을 하게 된 딸의 일과를 보고난뒤, 엄니는 그 뒤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 자식들이 공부 잘하고 취업 잘하면 뭐 해~? 지금 엄마랑 말도 안 하고, 전화도 안 한다는데? 그렇게 자식 자랑만 하더니 늙어서 지금 외로워 보이더구먼. 난 네가 좋다! 지금이 좋아"



황송하고 감사하고 죄송하다.


지금이 좋다~ 좋다 하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지방 출장을 갈 때면 매번 엄니가 눈에 밟힌다.


그러니 결국 내 옆에 매번 앉아 계신다. 아마 승리의 기쁨 이런 걸 느끼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일하느라 새벽까지 바쁘니 엄살 부리거나 때를 쓰기도 어렵다.


오빠는 안쓰럽고, 난 독하다 하면서 지랄 맞아도 내가 좋다한다... 음.. 걸러 들으면 결국 내가 좋다는 거지? 그렇지 엄마??!


20250702_182022.jpg
20250702_182030.jpg



역시 오길 잘했다.


정말 좋다.


고심한 끝에 차지한 지금 자리도 너무 마음에 든다.


바로 앞이 산책로, 그리고 바다다. 뛰어 들어가 놀고 싶지만.. 참아보겠어..


아.. 산책로가 그냥 산책로가 아니다..


마을 주민들 산책로다..


마을 주민분들이 지나가면서 한번, 두번 쓱 쳐다본다.


저~~리로 가시면서 보시더니, 한 바퀴를 다 도셨는지 다시 지나가시면서 쓰~~윽 쳐다보신다.



20250702_181612 (1).jpg


마트에서 사 온 족발과 수박을 꺼내 먹으라며 손짓을 하신다.


칼이 없다 하니 수박을 바닥에 떨어뜨려 수저로 '푹푹' 떠서 입에 넣어주신다.

난 정말 복이 많은 여자다.

아직도 엄니의 품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올해 이 순간은 처음이다.

왜냐면

아들을 케어해야 하기에 엄마랑 내가 2박 이상 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남편 혼자 케어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아들도 힘들어하니까.. 그런데 이젠 가능하다.

'장애인활동보조선생님'이 남자다. 그전에 여자 선생님이다 보니 간식이며 케어가 세심하셨지만 씻기고 입히는 건 아들이 많이 불편해했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시간이 매우 적어 남자선생님을 모시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한 달 동안 장애인기관에 매일 출근해서 얻은 결과다. 팀장님 근처에서 계속 서성이며 남자 활보선생님 매칭에 매달렸다. 그래서 겨우 모시게 된 남자선생님은 말도 없으시고, 과묵하시고, 노련미까지 있으셨다. 너무 좋다.


나와 할머니가 없는 동안 집에 오셔서 씻기고, 먹이고, 거실에서 공놀이도 해주시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하시다가 남편이 퇴근하면 집에 가신다. 남편도 마음 졸이지 않고 직장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내년엔 엄니와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좋겠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드디어 깜깜한 밤이 되었다.


20250702_203851.jpg
20250702_205509.jpg


스피커에선 엄니가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 '나훈아'가 나오고 있다.


너무 더운지 모기도 오지 않는 기분 좋은 밤


20250702_214302.jpg


엄니와 음악을 들으며 꺼져가는 불길에 장작을 넣는 이 시간이 여유롭고 즐겁다.


열일한 내 고무신도 기특하다.


분명히 엄니도 슬리퍼를 갖고 왔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엄닌.. 내 슬리퍼를 '구겨' 신는다... 이쁘게 좀 ..신지.. 마트에서 산 5천원짜리 슬리퍼지만 난 아껴 신는다고..


엄니 슬리퍼는 차에 고이 모셔 두고..꼭..내 신발만 저리 꾸겨 신는다..


정말 말 안 듣는 팔춘기가 따로 없다.


20250702_225703.jpg



긴 하품을 하신 엄니가 먼저 차에 들어가신다.


휴게소에서 얻어온 책을 읽으시는가 하더니 어느새 아기처럼 '색색'소리를 내며 주무신다.


가로등 불빛으로 차 안까지 밝아져 가림막으로 창문을 막아봤다.



20250702_225750.jpg


그리고 다시 차 밖으로 나왔다.


나 혼자 바닷소리 들으며, 눈을 감는다.


오늘도 고생했고,


잘했어~




20250702_205724.jpg


keyword
이전 11화차박!!으로 4박 5일 전국 강의투어 서울-아산-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