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의 악필 편지
있는지도 몰랐던 상처를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당신은 자신에게 그 결핍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아왔죠. 그게 당연한 삶의 일부인 줄만 알고요. 당신이 당연한 줄만 알고 겪은 고통이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평생을 외팔이 마을에서 외팔이로 살아가다가 두 팔이 달린 사람을 처음 만난다면 그런 기분일까요?
갑자기 당신과 당신의 세계가 한없이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몰라요. 나와 다르게 양팔이인 저 사람의 삶은 왠지 더 따뜻하고 안온할 것만 같겠죠. 그러나 타인이 되어 살아보지 않는 이상 타인의 삶을 알 수는 없어요. 그 사람이 나보다 행복한지, 불행한지, 과연 두 팔을 달고 살아가는 것이 당신의 생각만큼이나 환상적인 삶인지...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심지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걸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하리라 생각해요. 내 팔을 뺏어간 원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한평생 나를 키워준 사랑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을 거예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어쩌면 같은 외팔이로서의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할 거예요. 그 혼란감, 혼란감이 집어삼킨 밤을 당신은 몇 번이나 보내야 했을까요.
그러나 당신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들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아버지가 당신을 불행하게 한 것에 증오를 느끼나요? 이제 당신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행복과 불행을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일궈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당신은 훌륭하게 성장했어요.
여기가 성인으로서 당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렇듯 당신 또한 성인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일구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신뢰한다는 것이요.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이 외팔이인지 양팔이인지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남들과 다른 모습일지언정 당신은 이미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러니 지금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에 당신이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양팔을 가지고 살아갔다면 부모와의 관계가 달라졌을까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살아보지 않는 한 모를 일이에요. 당신이 존재하지도 않는 삶에 열등감을 느끼진 않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외팔이의 삶을 선물한 이들과의 관계가 지금은 막막하게 느껴지겠죠. 그러나 우리에게 미래란 항상 알 수 없는 것이잖아요. 그 알 수 없음을 사랑하는 것이 삶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지금의 막막함을, 이제부터 아버지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고 싶은지를 상상하며 채우도록 해봐요. 당신이 지금 하는 고민은 이미 당신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훌륭한 증거일 거예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버지와의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지 저는 모르지만, 어떤 모습이더라도 훌륭한 것이 될 거라고 믿어요. 외팔이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에요. 외팔이이기 때문에도 아니에요. 당신의 삶은 당신의 삶이기에 이미 훌륭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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