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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별 Oct 20. 2021

체온을 잃지 않은 문장을 써내려가는 다송 작가님께

7월 15일의 악필 편지


친구의 아버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일이 석 달 즈음 지난 것 같습니다. 틈만 나면 만나 커피를, 가끔은 맥주를 홀짝이며 수다를 떨던 친구와의 일상은 거짓말처럼 멈춰 섰습니다. 2주라는 시간 동안 저는 여전히 출근을 하고 글을 썼지만 친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무 일이 없어도 훌쩍 집을 나와 혼자 석촌호수를 한 시간씩 뛰곤 할 정도로 활동적이었던 친구는 격리 동안 점점 무기력해졌습니다. 제가 친구를 위해 할 수 있었던 건, 친구의 부탁으로 사온 맥주 네 캔을 친구의 집 앞에 두고 오는 일 하나 뿐이었습니다.


친구에 비하면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집에 경제적 타격이 있지도 않았고, 가족 모두가 무사히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상담 직종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아 막 대학원을 졸업했던 저는 백수가 될 뻔했지만, 운이 좋게도 계약직으로나마 방역 관련 행정직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확진 환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또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으며 저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마스크 뒤에 또아리를 틀고 숨은 불안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정말 뒤흔드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불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중죄를 지은 것처럼 움츠러드는 사람들과 방역 수칙에 따를 수 없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제 눈에는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은 모두 불안을 견디지 못해 미워할 대상을 찾는 게 아닐까요? 자신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두려워하면서 탓할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는 건 아닐까요? 누군가를 탓한다고 어제 받은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슬픈 일입니다.


이런 불안의 시대를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 간다는 일은 마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편지의 옷을 입은 돌덩이같이 무거운 불안들에 답장을 써내려가며 저는 제 마음을 돌아보곤 합니다. 낮별이라는 글쓴이는, 진심으로 이 불안을 위로하고 있는 걸까요? 그저 기계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문장을 조립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 그것조차 모르는 손으로 여전히 저는 이 문장을 다송 작가님께, 제 주변에서 가장 따뜻한 문장을 쓰는 분께 적어 보냅니다. 


코로나라는 이 냉엄한 시대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는 문장을 써내려가는 다송 작가님께, 코로나는 어떤 의미인가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 중인 다송 작가님(Instagram.com/dasong_write)님께 보낸 편지입니다. 다송 작가님이 쓰신 답장은 다송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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