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의 악필 편지
저 또한 완벽주의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예요.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이 두려워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을 자꾸 미루기도 하죠. 그 두려움과 싸우느라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서 기진맥진할 때도 있고, 지금도 종종 그렇습니다. 조금 웃기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일을 ‘대충’ 할 수 있을지를 오래 고민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저는 완벽주의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완벽주의는 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만, 그 집념과 꼼꼼함이 빛을 발하는 때도 있었죠.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말하는 당신은 아마 그런 집념과 꼼꼼함이 필요한 환경을 경험했을 것 같아요. 성격도 환경에 적응한 결과니까요. 당신도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 적응했기에 지금의 완벽주의자가 되었겠지요?
그러나 환경이 바뀌면서 완벽주의가 문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완벽주의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해요. 나의 결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게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에요. 사람인 이상 어딘가는 모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내가 그런 존재라는 걸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내가 나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느냐와도, 곧 나의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어떤 성격이든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에요.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 완벽주의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일 것 같아요. 건강하고 에너지가 충분한 사람은 자신의 성격을 잘 활용할 수 있어요.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완벽주의자인 우리도 완벽주의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다리 힘을 키워야 하는 것처럼요.
저는 코 앞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했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는 역량을 키우는 일에는 무관심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조급해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잠을 충분히 자고, 이틀에 한 번씩은 운동을 하는 것이 밤을 새며 일에 몰두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더라구요. 물론 마음의 힘을 키우는 것도 충분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 거예요. 세상 일이 대개 그렇듯, 마법같은 묘수 하나로 하루아침에 뭔가가 바뀌긴 어려울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내일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요. 오늘의 할 일을 얼마나 완벽하게 하느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내일의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오늘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를 바라요. 그리고 그렇게 준비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조금은 예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며, 최선을 다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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