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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별 Feb 13. 2022

연인의 과거가 괴로운 당신에게

2월 9일의 악필 편지


많은 궁금증이 들어요. 왜 당신은 연인의 과거는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인의 과거를 포옹하지 못한다면 왜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헤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왜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상황에 대해,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그토록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것들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나는 배신감에 화가 나. 내가 내 몸을 소중히 했듯, 내가 결혼할 사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또는 “자괴감이 들어.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소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져.” 이렇게요.


뻔하고 새삼스러운 말들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당신이 답변하지 않으셔도 많은 부분을 저의 어림짐작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질문들이기도 해요. 그러나 새삼스러운 것을 굳이 이야기할 때 불분명한 것들은 명확해지고, 비로소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는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지요.


당신의 고통에 대해, 생각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시길 바라요. 당신의 연인과, 또 믿을만한 친구들과요. 그 대화를 나눈 후에 당신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모르지요. 그러나 진솔한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대화는 감정을 다루고 나누는 연습이 되니까요. 그럴 수 있다면 서로가 이해하고 변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도, 또는 성숙한 모습으로 서로를 떠나 보낼 수도 있겠지요.


문제를 직면하고 꺼내어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 또한 두려움으로 내달리면서도 도망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제게 이런 편지를 썼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가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그렇다면, 당신의 마음을 털어놓기를 권하는 것이 아주 성급한 권유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당신이 입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연인을 떠나보내고 나서도 말하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준비되지 않았을 때 성급하게 문제를 끄집어 내어 서로 상처받는 것보단 그게 나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누구보다도 당신 스스로에게만큼은 이야기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에 대해서요. 


놀라고 상처받은 당신의 마음을 당신 스스로만큼은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요.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스스로의 온전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의 마음도 그렇게 안아 줄 수 있겠지요. 그럴 수 있을 때, 당신은 더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어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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