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별 Feb 17. 2022

상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당신에게

2월 17일의 악필 편지


다치면 아픈 건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에요. 예컨데 다리가 부러졌다면 고통스럽고 걷기 힘들겠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다 나을 때까지 다리를 무리해서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심하게 다쳤다면 시간은 좀 오래 걸릴 테고요. 정말 크게 다쳤다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을테고, 그렇다면 몸이 불편한 삶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편이 현명할 겁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런 상처가 그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주지는 못한다는 거예요.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우리는 이 점을 너무도 쉽게 간과하곤 합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상처를 받을 만한 일을 겪었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엔 어떤 가치판단을 내릴 수도 없어요. 그저 한 사람의 고통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저 진짜 답 없죠’라는 당신의 물음에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너무도 모르니까요. 그저 제가 아는 건 당신이 지금 아파하고 있다는 것뿐이고, 당신과 나의 관계에서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고통을 잣대로 스스로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길 바라요.


당신의 걱정대로 당신은 지금의 상처에서 평생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건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그게 한심하거나,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요. 상처가 있든 없든 당신은 당신 나름의 삶을 꾸려 갈 수 있을 테지요. 어느 것이 더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삶이든, 당신이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말이에요.


상처는 아플 만큼 아파야 비로소 나을 수 있습니다. 그 ‘아플 만큼’이 얼마나인지 함부로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컨데 아이들은 열이 오르면 피부가 울긋불긋 달아오릅니다. 열꽃이 핀 아이가 자지러지며 우는 것을 부모들은 놀라 소스라치곤 하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열꽃은 열이 오를 만큼 올랐으니 곧 열이 떨어진다는 신호거든요.


아픈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지금 자신의 상처에 충분히 아파하는 것입니다. 열이 오른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우는 것처럼요. 그러고 나면 시간이 치유해주겠지요. 아파하는 당신 스스로가 미워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당신이 발견한 흉한 모습은 어쩌면 마음에 핀 열꽃일지도 몰라요. 충분히 아팠다면 열은 내리겠지요.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

작가의 이전글 연인의 과거가 괴로운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