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의 악필 편지
자존감이 뭘까요? 스스로 自, 높은 尊을 쓰니 스스로를 높게 여기는 감정일 겁니다. 사전에서는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사회복지학사전, 2009)’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엔 눈여겨 볼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자존감은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죠. 이 관계에는 어떠한 타인도 개입할 수 없습니다.
그건 내 자존감을 타인의 그것과 비교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지요. 스펙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비교를 위한 도구입니다. 남보다 내가 얼마나 더 돈이 많은지, 능력이 있는지, 많이 배웠는지를 비교해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자존감은 스펙이 아닙니다. 자존감은 그저 당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충실히 존중하고 사랑하는지에 관한 것이니까요. 그건 오로지 당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요.
그러니 남의 자존감을 부러워하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함부로 판단해도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강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내면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발버둥일 수도 있어요. 소심하고 움츠러 든 것 같은 모습이 신중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지요. 아주 사적이고 은밀한 내면의 이야기라는 점에선, 자존감은 화장실 문을 닫으면 일어나는 일과도 뜻밖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존감은 자신의 결점을 얼마나 포옹할 수 있느냐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성적이 나빠도, 돈을 못 벌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힘이니까요. 슬프게도 끝없는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자주 열등감과 우월감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강인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강인한 자존감은 경쟁에서 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오롯하게 자신의 삶을 귀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이리라 생각해요. 어떤 실패나 비난 속에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서 ‘뭐 어때, 괜찮아. 더 잘 하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낮은 자존감으로 열등감을 느낀다면, 당신 자신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이렇게요. “자존감이 낮아? 뭐 어때, 괜찮아. 앞으로 잘 하면 되지.”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편지를 보내 주세요. 답장으로 악필 편지를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보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