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 인턴이 되다 10화
6개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사만 2번을 했고 팀에서는 몇몇 동료분들의 퇴사를 지켜보았으며, 새로운 동료분들이 합류하기도 했고 조직 체계의 변화도 경험했다. 심지어 마지막에 내가 퇴사할 즈음에는 부서 자리도 이동을 했다. 이렇게 매달 크고 작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인턴 기간 동안 작성한 다이어리에는 글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어떤 날은 너무 행복했다고 적었고, 또 어떤 날은 답답했다고 적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었기에 더 자세히 기록하려 했다. 덕분에 6개월 동안의 하루하루가 다이어리만 펼치면 선명하게 떠오른다.
회사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내 감정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농담처럼 언니에게 "다음 번에는 회사 생활을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움, 슬픔, 기쁨 등 감정이 얼굴에 너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문제였다. 그 당시에도 이런 부분에 있어 내가 어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만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마음껏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다만, 다음 회사에서는 조금 더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자고 마음먹었다.
비록 회사 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6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불편하거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다. 그때 깨달은 것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절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의외로 내 열정이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알아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만, 내가 정말 열심히 해도 스스로의 일이 너무 바쁘기에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열심히 했기에 당연히 사람들이 내 열정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 굳이 티를 엄청 내지는 않았는데, 열심히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티를 내는 것이 좋다고 느꼈다. (참고로 티를 내는 방법은 문서에 기록을 많이 해두는 것이다)
세번째는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오픈 퀘스쳔이 아니라
내가 선택지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당연한 사실이지만 나는 이걸 여러 번 놓쳤고 이 부분에 관련하여 리더님께 많은 지적을 받았다. (퇴사하는 전날까지..) 리더님께서는 늘 "홍연님이 하시는 질문은 학생의 에티튜드가 강해요. 질문을 통해 답을 얻고자 하는게 보이죠. A+가 되려면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답을 스스로 만들고 이를 제안해야 해요. 예를 들어 목표는 -인데, -은 이정도다. 내 생각에는 -을 중점적으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런 식으로요." 라고 하셨다. 이렇게 리더님께서 인턴에게 솔직하게 많은 피드백을 해주시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6개월 인턴 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이별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이별에 서툴렀던 것 같다. 이별의 순간이 오면 쿨하게 보내기보다는 그 상황에 몰입해서 우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별의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의 이별은 내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이렇게 좋은 동료분들과 더 이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이런 이유로 퇴사 일주일 전부터 매일 저녁마다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퇴사일은 빠르게 찾아왔다. 아무래도 퇴사 일주일 전부터는 그동안 진행했던 일들에 대해 정리할 시간을 주셔서 시간이 더 빠르게 흘렀던 것 같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바쁘게 일을 했다. 덕분에 내가 이런 일을 할 때 즐거음을 느끼는구나 혹은 이런 일을 할 때는 지루함을 느끼는구나를 알 수 있었다.
퇴사 일주일 전부터 팀원분들께 커피챗을 신청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고 닮고 싶었던 분들이 "홍연님은 잘하실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정말요?"라고 묻는 내 말에 "정말로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주셨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없어 내가 차마 뱉지 못한 말을 그분들이 대신 해주시니 기분이 묘했다. 요즘도 하루에 몇 번씩 그때의 말이 떠오른다.
회사에 정이 많이 들었다고 느껴져 마지막에는 팀원분들과 리더님들께 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드렸다. 첫인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마지막 인상만큼은 내 손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처음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회사가 나의 첫 회사여서 정말 행복했고 다행이었다. 퇴사 후에도 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계속 힘들었는데, 브런치 글 덕분에 그때의 일을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이제는 정말로 마음 편하게 그 기억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멋진 마케터가 되기를 바라며 여기서 "홍연, 인턴이 되다"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럼 모두 안녕!
인스타그램에서 홍연툰도 https://www.instagram.com/red.yeon_/ 연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