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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오후가 좋다

여유를 허락하는 자유

by 조은진

요즘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의미 있는 하루라는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햇살이 부엌 바닥에 길게 드리우는 오후엔, 커피를 내리고, 아무 의미 없는 책장을 넘긴다. 글자를 읽지 않아도 좋다. 가끔은 문장을 건너뛰고, 마음에 닿는 단어만 붙잡아도 괜찮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온다. 아주 작은 바람인데도 커튼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풀린다. 예전엔 이런 시간을 낭비라 여겼다. 이제는 안다. 이 느린 흐름이야말로 내 삶을 살게 하는 중요한 숨결이라는 걸.


이런 하루를 살 수 있게 된 건, 아마도 예전의 나 덕분이다. 조금씩 모으고, 아끼고, 때로는 과감하게 투자하며 쌓아온 작은 자유. 큰 부자는 아니지만, 한 달의 시간쯤은 내가 원할 때 멈출 수 있는 정도의 여유. 그 경제적 안정이 삶에 숨을 틔워주었다.


무언가를 위해 항상 쫓기던 시절엔, ‘내가 원하는 삶’은 늘 저 멀리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요일처럼 느긋한 수요일 오후를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도 들리고, 내가 먹는 음식의 온도도 느낀다.


오늘 점심엔 냉장고에 남은 채소로 된장국을 끓였다. 특별한 재료도 없고, 대단한 맛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속이 편해진다. 누군가를 위해 차린 것도 아닌데, 나를 위해 상을 차리는 기분이 꽤 괜찮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여유로운 삶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어디 가지 않아도, 무언가 해내지 않아도, 내 하루가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아주 조금,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진 지금의 내가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건 지금 이 순간, 여기서도 가능한 일이다.



어머님 댁


어린이날 축하해, 건강하고 기본에 충실한,

씩씩한 총명한 .. 친절한 어른이 되길 바랄게 ㅎㅎ


어머님, 생신축하드려요 :)
얼음 조각들이 마치 장미꽃 같아
정말로 맛있었던

[옷장 대신 냉장고를 채우는 삶]


젊었을 때 나는 돈을 벌면 옷을 샀다. 그게 삶의 활력이었다. 하루종일 일하다 지친 몸으로 쇼핑몰을 뒤지며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장바구니에 담는 순간, 그날의 피곤함이 조금은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거울 앞에 서서 새 옷을 입어보며 괜찮은 척, 멋진 척도 해봤다.

그렇게 나를 꾸미고, 내 기분을 위로하고, 내 존재를 확인하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내 옷보다 아이 먹거리를 더 오래 들여다보고, 장난감보다 책값을 더 쉽게 결제하고 있다. 옷장을 채우던 손이, 이제는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일에 더 익숙해졌다.


아이 유아식에 들어갈 유기농 채소를 고르고, 먹을 수 있는 간식과 못 먹게 해야 할 음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작은 손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살펴본다. 신기하게도, 그게 전혀 아깝지 않다.


예전엔 10만 원짜리 원피스를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지금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도서 세트를 보며 ‘이건 필요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꾸미는 재미에서, 무언가를 채워주는 행복으로 내 관심이 옮겨간 것이다.


물론 가끔은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어색하고, ‘요즘 나는 뭘 입고 다니지?’ 싶은 날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내 삶의 중심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는 나를 위해 살았고, 지금은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 그게 꼭 희생만은 아니라는 걸, 나는 매일의 식탁과 아이의 웃음 속에서 느끼고 있다.


내가 점점 작아지는 게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이 변화가 꽤 괜찮다고,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내가 자주 산책 하는 곳 :)
작년에.. 아들에게 선물해준 경찰서..


혼자서.. 테라로사.
라디오 사연 당첨선물^^


용산의 어느 레스토랑 !


데이트 ..
5월의 너무 이쁜 능소화


18개월 도훈이랑 한강 크루즈


와 !



고양이 정원에서는 밤이 되면 알전구를 켜준다던데

ㅎㅎ

언젠간 또 가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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