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로나를 지나 시수르 메노르까지
팜플로나 입구의 성문(수말라까레기의 문)을 지나며 나는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전체가 중세 시대 영화에서 보던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분위기의 길을 걷다 보니 사람이 바글바글한 식당을 발견했다. 현지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어 식당에 들어가 점심 메뉴 주문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1시 반부터 레스토랑은 오픈하며 지금은 오전 메뉴만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직원분이 스페인어로 대답했기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옆에 있는 분께서 영어로 통역해 주셨다.
순례자의 길을 걷다 보니 깨달은 것은 스페인의 식사시간이 매우 늦다는 것이다. 보통 스페인의 점심시간은 1시 30분부터 시작했다. 1시 반 전에 오픈한 식당은 BAR를 동시에 운영하는 식당으로 특정 시간 이후에 점심메뉴 주문이 가능했다.
시간이 붕 떠버린 나는 팜플로나 대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매표소에 들어가기 전 영어로 된 안내문을 읽고 있을 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자녀분들을 데리고 나에게 왔다. 내가 보기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경험을 선사해 주는 것과 순례자(까미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천주교에 대한 믿음을 아이들에게 전승하는 것이다.
"Hola...."
나는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인사했고, 그녀는 고맙다고 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가던 길을 갔다.
성당에 들어가고 나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Hola como estas"를 스페인에 오기 전에 몇 번이고 연습했지만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당 내부는 볼거리가 많았다. 나무 조각상부터 금으로 만든 장식품, 벽화까지 작은 박물관에 온 것 같았다. 성당을 구경한 뒤 나는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 나의 몰골은 이랬다. 팜플로나 대성당 앞의 노숙자와 나의 몰골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거지 꼴을 한 아시아인에게 약간의 차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식당의 직원과 손님 모두 친절했다.
그저 순례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만약 한국에서 거지 꼴을 하고 돌아다니는 외국인을 만났을 때, 차별 없이 친절함을 가지고 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대우를 받고 있었다.
식당에서 먹은 모든 음식이 완벽했다.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디저트까지 진짜 완벽에 가까웠다.
스리라차 마요 소스와 비슷하게 매콤하고 고소한 드레싱은 채소의 담백함과 연어의 감칠맛을 더욱 증폭시켜 줬다. 감자 무스탕은 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줬고, 달콤한 푸딩과 새콤한 고명은 식사의 마지막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줬다.
완벽한 식사를 마친 나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팜플로나를 떠났다.